가압장 밸브 파열로 온수공급 중단
3만7000여 가구 추위 속 덜덜
배관 식으며 연결부 문제 생긴 듯
“인덕션으로 물을 끓여서 겨우 샤워하고 출근했어요. 누수는 여전한데, 오늘 밤 전등도 못 켤 지경입니다.”
18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아파트에서 거주 중인 전모 씨(52)는 한숨을 쉬었다. 이 아파트는 전날 양천구 신정가압장 내부 밸브 파열로 난방 공급이 중단됐던 곳 중 한 곳이다. 이날 오전 6시경부터 해당 단지 내에서는 전 씨를 포함한 약 50가구에서 갑작스러운 누수 피해가 발생했다.
17일 오후 3시 54분경 가압장 내부 밸브 파열로 서울 양천구와 구로구 일대 3만7637가구에 중단됐던 온수와 난방 공급이 약 22시간 만인 18일 오후 2시경부터 재개됐다. 이번 사고는 가압장 내 펌프 우회관로의 고착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밸브를 조작하던 중 밸브 하단부가 파손되면서 발생했다. 이에 서울에너지공사는 파손된 밸브를 보수하며, 동시에 일반 가구로 바로 온수가 흘러 들어갈 임시 우회관로를 설치하는 등 긴급 복구 작업에 나섰다.
갑작스러운 난방 중단으로 일대 3만7000여 가구 주민들은 두꺼운 잠바로 한밤중 추위를 버티거나 새벽부터 물을 끓여 세수를 하는 등 불편함을 겪었다. 난방이 끊겼던 목동14단지 아파트 주민 권모 씨(64)는 “그나마 전기가 있어 (전기) 커피 포트로 6∼7번 반복해 물을 데워 머리를 감았다”고 전했다. 같은 아파트 주민 이모 씨(55)는 “전기장판이 없어 오리털 잠바로 밤새 버텼다”며 “추워서 잠도 제대로 못 잤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본보 취재 결과 난방 공급이 끊겼던 아파트 단지 33곳 중 10곳에서는 누수도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파트 단지 2곳에서는 집 안까지 누수가 발생해 최소 100건의 주민 민원이 발생했다.
누수가 발생한 한 아파트의 시설 관계자는 “평상시에는 한 번도 누수가 발생한 적이 없다”며 “난방 공급 중단이 길어지며 배관 수축이 발생해 배관과 배관을 이어주는 ‘몰코’ 부위에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서울에너지공사 측은 “열 공급이 재개된 만큼 (난방 공급이 중단됐던) 각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돌며 공급 재개 현황이나 누수 등 상황 파악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공사 측은 피해 가구에 한해 16일 치 난방 기본요금을 감면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이번 복구에는 200여 명의 인력과 굴착기·덤프트럭·배수펌프 등 15대의 장비가 투입됐다. 서울시는 한파대피소 21곳을 확보했고 전기장판 3935개, 전기히터 600개, 응급구호세트 565개를 피해 지역 주민과 취약계층 등에 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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