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로 고민 상담해 드려요”…행인들 반응은?

  • 뉴시스
  • 입력 2024년 1월 22일 15시 16분


서울 길거리서 '무료 인생 상담소' 연 유튜버
"무기력에 빠져있었다…강박·조급함 시달려"

올해 23살이 된 여성이 서울 길거리에서 무료 인생 상담소를 열어 화제다.

17일 유튜브 등에 따르면 유튜브 채널 ‘허름한 허세’는 ‘23살 길거리 인생 상담소, 돈은 받지 않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서 그는 박스 두 개를 구한 뒤 매직을 이용해 ‘이야기 들어줌 욕 가능’, ‘인생 상담 무료’를 적었고, 자신이 앉을 벤치 앞에 놓으며 오픈을 알렸다. 초반에는 사람이 쉽게 모이지 않아 부끄러웠는지 선글라스를 낀 채 앉아 있기도 했다. 또 추운 날씨 탓에 양말을 두 겹을 신어야 했다.

하지만 이내 용기 낸 그는 “이야기 공짜로 들어드려요. 고민 상담 받고 가세요”, “23살이 고민 상담해 드립니다. 공짜로 고민 상담해 드려요”를 연신 외치며 손님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시간이 지나자 첫 여성 손님을 맞이했다. 자신을 주얼리 마케터라고 소개한 여성은 “나에 대한 기준이 높다. 그래서 내가 나를 칭찬하고 인정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라고 고민을 털어놨다.

유튜버는 “저도 그게 잘 안돼서 이러고 있는 것 같다. 제가 요즘에 느끼는 건 ‘완벽이라는 게 있을까’ 라는 생각한다”며 “오히려 실수하지 않고 완벽하면 그 순간 서운해질 것 같다”고 답했다. 여성은 “그런 것도 있는 것 같다. 나 혼자의 일이면 얼마든지 부딪혀볼 것 같은데, 회사는 나의 실수를 그렇게 무한정 용납해 주지 않는다”며 “그래서 ‘내 생각이 틀리면 어떡하지’에 대한 불안이 있다. 나는 그 불안 때문에 망설였던 적이 많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튜버는 여성에게 “나는 그런 말이 많은 도움이 됐다. 지구라는 행성의 시간을 24시간으로 정한다고 쳤을 때 인류가 존재하는 시간은 초밖에 안 된다고 하더라”며 “그 몇 초에 불과한 시간이면 결국 다 사라질 일이고 아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 내가 틀렸어도 사실 이건 중요한 게 아니다. 어차피 다 지나가니까 힘이 날 때 천천히 해도 된다”라고 조언했다. 이에 여성은 “멘탈이 너무 대단한 것 같다”고 감사 인사를 건넸다.

이외에도 몇몇 행인은 “좋은 거 한다. 내가 사실 얘기 들어줄 사람이 정말 필요하다”, “(고민을 들어준다는 문구를) 보기만 해도 마음이 풀린다” 등 화답하거나, 다음을 기약하기도 했다.

생각보다 사람들의 따뜻한 반응에 오랜 시간 길거리를 지켰던 그는 21살 무렵, 무기력에 빠졌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유튜버 문상훈이 서울 길거리에서 무료 상담소를 열었다는 사실을 뉴스로 접했고, ‘길거리 상담소’를 해야겠다는 은연중의 생각을 실행으로 바꿨다고.

영상 끝에서 유튜버는 무료 길거리 상담소를 열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나 또한 여러분들과 다를 바 없이 생산적이어야 한다는 강박, 뭐라도 해야 한다는 조급함에 시달리고 있다”며 “내가 하는 일에 타당한 이유를 부여하고 싶다. 하지만 나는 남한테 친절한 법도, 열심히 사는 법도 몰라서 그냥 사는 거다. 이렇게”라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요즘 사람들은 자기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한 것 같다. 한 분이라도 도움을 분명 얻었을 거다”, “나는 이 영상만으로 충분히 상담받은 것 같은 기분이다”, “21살에 무기력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는데 영상 덕분에 힘을 얻었다” 등의 반응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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