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청조 “처벌받고 떳떳해지고 싶어”…재판부 “피해자 두 번 상처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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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1월 22일 15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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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를 사칭하며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로 구속된 전청조씨(27)가 지난해 11월 10일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재벌 3세’를 사칭하며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로 구속된 전청조씨(27)가 지난해 11월 10일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30억 원대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청조 씨(28)가 재판 도중 “최대한 처벌받고 떳떳해지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는 전 씨의 발언이 “피해자들을 두 번 상처 주는 말”이라며 주의를 줬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김병철)는 이날 오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상 사기, 공문서위조 및 위조공문서행사,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기소된 전 씨와 경호실장 A 씨(27)에 대한 3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경호실장인 A 씨가 전 씨의 성별 등 실체를 알고도 범행을 공모한 것인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전 씨를 상대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검찰 측은 A 씨가 피해자에서 공범이 된 경위에 대해 “4500만 원 상당의 투자금 등을 회수하지 못해서 범행을 같이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개된 피고인 신무조서에 따르면 A 씨는 월 1500만원 상당의 월급이 두 달간 지급되지 않았는데도 전 씨에게 항의나 독촉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검찰 조서에서 “내가 전청조에게 4500만원 상당을 투자했는데 그중에는 대출받은 게 있어서 그만두지 못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 측은 자신도 전 씨의 기망행위에 속은 피해자라고 강조했다. A 씨 측 변호인은 전 씨에게 ‘A 씨는 증인(전청조)에게 속아서 4500만원을 편취당한 피해자가 아니냐’고 물었고, 전 씨는 “맞다”고 답했다.

다만 A 씨 측 변호인이 ‘피해자가 갑자기 공범으로 바뀌는 건 드라마틱한 게 아니냐’고 묻자 “그만큼의 대가를 주겠다고 했다”며 “내가 투자금을 받아서 이런 일을 할 건데 그 대가로 월급을 올려주고 BMW를 타게 해주겠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전 씨가 A 씨에게 서울 강동구의 한 종합병원 진료 예약을 부탁하는 내용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도 공개됐다.

A 씨가 ‘병원 예약을 위해서는 주민등록번호가 필요하다’고 말하자 전 씨는 자신의 위조된 주민등록증을 전송했다. 주민등록증 뒷자리에는 남성을 뜻하는 ‘1’이라고 적혀 있었다. 전 씨는 위조 주민등록증을 전송한 직후 ‘그냥 내가 할게’라고 말했다.

전 씨는 이와 관련해 “위조한 신분증의 주민번호 1과 2가 다르다는 것을 A 씨가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재판부가 ‘주민번호 2로 해서 예약이 진행됐냐’고 묻자 전 씨는 “네. 그렇게 수술하게 됐다”고 답했다. ‘가슴 절제술 관련 시술 예약을 누가 했냐’는 질문에 전 씨는 “처음엔 내가 진행했고 그다음 가슴 절제술, 레이저 시술, 경과보고 등 이후부터는 A 씨가 했다”고 말했다.

전 씨는 “제가 저지른 범행이 있으니 벌을 받고 나중에 떳떳하고 올발라지고 싶다”며 “A 씨도 떳떴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제가 시켜서 했던 것이지 A 씨가 이렇게 사기를 치자고 했던 것은 아니다”며 “저도 굉장히 힘들다. 많은 언론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가 적용된 혐의) 단 한 건도 부인하면서 올라온 적 없다. 다 인정했다”고 말했다.

전 씨는 “A 씨에게 올바른 걸 시키지 못해서 미안하고 여기에 같이 휘말리게 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미안하다”면서도 “하지만 거짓말을 (A 씨도) 같이 했고 파라다이스 (혼외자가) 아닌 것을 알면서도 그렇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재판부는 전 씨에게 “여기 법정에는 피해자들도 올 수 있고 (전 씨의 말도) 들을 수 있다”며 “(피해자들은) 피해도 회복되지 않았고 마음에 받은 상처가 보전되지도 않았는데 그런 말을 한다고 해서 피해가 보전되고 마음의 상처가 아물 수 있는 것이냐”고 나무랐다.

그러면서 “‘떳떳하다’, ‘올바르다’는 단어 사용법에 대해 잘 한번 생각해 보라”며 “피해자에게 두 번 상처를 주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전 씨는 수긍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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