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진행자 교체, 제작진 자율성 침해"
법원 "방송 편성 자유 폭넓게 인정돼야"
"제작진·진행자 결정권, KBS 인사 권한"
한국방송공사(KBS) 노조가 박민 사장 취임 후 노조 동의를 거치지 않고 이뤄진 뉴스·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 교체가 위법하다며 가처분을 냈지만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김우현)는 언론노조 KBS본부가 KBS를 상대로 낸 단체협약 위반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전날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사건에 대한 판단 없이 재판을 종료시키는 것을 뜻한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지난 2022년 3월 KBS와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는 ‘자율과 독립, 공정성에 대한 실천 의지와 자질을 갖춘 인사가 보도와 제작을 책임질 수 있도록 해당 부서의 소속 조합원들의 동의를 받고 주요 보도·제작 간부를 임명해야 한다’는 내용의 조항이 담겼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박 사장이 임명된 뒤 언론노조 KBS본부 동의 없이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과 뉴스 프로그램의 진행자와 앵커가 전면 교체됐고, 노조 측은 KBS를 상대로 단체협약 위반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노조 측은 “갑작스러운 진행자 교체와 일방적인 방송 개편 행위는 제작진들의 방송 제작에서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며 “단체협약뿐만 아니라 채무자(KBS)의 편성규약 그리고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법으로 보장하고 있는 방송법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KBS 측은 “언론노조 KBS본부가 조합의 기초단위 내지 분회에 불과해 당사자 능력이 없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KBS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채권자(언론노조 KBS본부)가 독자적인 활동을 하는 단체로서의 실체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채권자는 이 사건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당사자 능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프로그램 개편 전에 제작진과 협의하고 교섭대표노동조합이 요구할 경우 해당 개편에 대해 성실히 설명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협의 없이 이루어진 프로그램 개편이 무효라고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방송법상 채무자의 방송 편성에 대한 자유는 폭넓게 인정돼야 한다”며 “채무자가 제작하는 방송 프로그램의 제작진, 진행자 등을 결정하거나 변경하는 것은 채무자의 인사 권한 범위 내에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법원은 언론노조 KBS본부가 박 사장을 상대로 제기한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서도 같은 날 각하했다.
재판부는 “채권자는 채무자 공사의 사장 임명 제청 권한을 가진 이사회의 구성원이 아니다”라며 “채권자는 채무자 공사 사장 임명제청에 관해 법률적인 이해관계를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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