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사회초년생 200여명을 상대로 전세금 180억원 상당을 반환하지 않은 50대 여성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단독 박주영 판사는 24일 오전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A(50대·여)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A씨에게 징역 13년을 구형했지만 박 판사는 그보다 더 많은 징역 15년을 선고하며 A씨를 엄벌에 처했다.
검찰 공소 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20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면서 담보 채무 현황과 실제 임대차 현황 등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임대차 보증금 반환은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피해자들을 속이고 계약을 체결한 뒤 전세금을 반환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 결과 A씨로부터 전세 사기 피해를 당한 피해자는 229명에 달하며 이들은 180억원 상당의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수년간 자기 자본을 거의 투자하지 않고 임대차 보증금 반환 채무를 부담하거나 담보대출을 승계하는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 수법으로 부산 지역 원룸 9채(296세대)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판사는 “전세사기 범행은 주택시장의 건전한 거래 질서를 교란하고 서민들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임대차 보증금을 이익 추구의 수단으로 삼아 그들의 생활 기반을 뿌리째 흔드는 중대 범죄”라며 “이런 범죄에 맞서 사법 당국은 단호한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다른 부동산이 있어 변제 능력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런 유보된 약속은 또 다른 기망일 뿐”이라며 “A씨는 공판 과정 내내 사죄하고 반성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항상 지적하듯이 사죄와 용서는 법원에 구하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박 판사는 “A씨가 법정에 이르러 잘못을 모두 인정하는 점, A씨의 원룸 임대 사업의 경위 등으로 볼 때 처음부터 불법성을 가지고 시작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이라며 “다만 유리한 정상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A씨가 저지른 범죄의 중대성과 그로 인해 야기된 사회적 해악, 회복되고 있지 않은 피해자들의 고통을 감안하면 A씨에게 대한 불리한 정상이 너무나 현저해 그 죄책에 상응하는 중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선고 이후 박 판사는 법정을 찾아온 피해자들을 위해 당부의 말을 남기기도 했다.
박 판사는 “절대로 자신을 원망하거나 자책하지 말아달라. 기록과 탄원서에서 읽은 바에 의하면 여러분은 그 누구보다 성실하게 살아가는 우리 주변에 흔히 마주치는 지극히 평범하고 아름다운 청년들”이라며 “한 개인의 욕망과 탐욕을 적절히 제어하지 못하는 부조리한 사회 시스템이 여러분과 같은 선량한 피해자들을 만든 것이지 결코 여러분이 무언가 부족해서 이런 피해를 당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달라”고 말했다.
박 판사는 “하루하루가 힘든 나날이겠지만 빛과 어둠이 교차하듯 이 암흑 같은 시절도 다 지나갈 것”이라며 “이 사건이 남긴 상처가 아무리 크다 해도 여러분의 마음가짐과 의지에 따라서는 이 시련이 여러분의 인생을 더욱더 빛나고 아름답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부디 마음과 몸을 잘 챙기고 스스로를 아끼고 또 아껴서 하루빨리 평온한 일상으로 복귀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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