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초년생들을 대상으로 100억원대에 달하는 전세 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된 50대 여성이 검찰 구형량보다 높은 중형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단독(박주영 부장판사)은 24일 사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최모씨에 대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이는 검찰 구형량인 13년보다 높은 수준으로, 최근 전세사기 관련해 잇달아 검찰 구형량 이상을 선고하는 엄벌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최씨는 자기 자본을 거의 투자하지 않고 임대차 보증금 반환 채무를 부담하거나 담보 대출을 승계하는 이른바 ‘갭투자’ 방식으로 원룸 건물을 매입해 임대 사업을 하면서 전세사기를 벌인 혐의를 받는다.
최씨는 부산 소재 원룸 건물 9채 256세대에 대해 담보대출과 전세보증금 합계액이 건물의 가치를 초과하는 전세계약으로 210명 임차인에게 전세 보증금 166억원 상당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으나 수사결과 추가 피해가 밝혀져 피해자는 229명, 피해액은 180억으로 늘었다.
재판부는 “처음부터 범행 의도를 가지고 시작하지 않은 점, 코로나 사태나 금리인상, 금융규제, 전세사기의 갑작스러운 사회 문제화로 인한 임대사업 만기 대거 도래 등이 사건의 원인인 점, 소위 바지 임대인을 세우거나 실제 가치를 초과하는 대출을 받고 보증금을 받아 잠적하는 형태의 전세사기와는 다른 점 등은 유리한 정상”이라고 말했다.
다만 “부동산 경기나 이자율 등의 경제 사정은 본래 정확한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임대인으로서 임대차 만기에 대거 도래와 같은 최악의 상황을 고려하고 대비해야 한다”며 “이 사건 주된 책임은 위험을 신중하게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능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무리하게 임대 사업을 벌인 피고인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해자들이 수사를 의뢰하자 자신이 실형을 살게 되면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고 피해자들을 압박하고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용서를 구한 바가 없다. 현실적인 피해 회복이 없는 이상 유리한 양형요소도 고려할 가치가 없다”며 “공판 과정 내내 사죄하고 반성한다고 말했지만 법원은 형을 정할 뿐 피고인을 용서해줄 권한과 자격이 없다”고 판시했다.
선고를 맡은 박주영 부장판사는 방청하기 위해 법정을 찾은 피해자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박 판사는 “기록과 탄원서에서 읽은 바에 의하면 여러분은 그 누구보다 성실하게 살아가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마주치는 지극히 평범하고 아름다운 청년”이라며 “절대로 자신을 원망하거나 자책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어 “여러분의 희생이 의미 없이 사라지지 않게 이와 같은 피해를 막는 초석을 세운다는 심정으로 영구 보존되는 판결문에 여러분들의 고통을 남겼다”며 “한 개인의 욕망과 탐욕을 적절히 제어하지 못하는 부조리한 사회시스템이 선량한 피해자를 만든 것이지, 결코 여러분이 무언가 부족해서 이런 피해를 당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달라”고 다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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