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용 피해자, 처음으로 日가해기업 자금 받을 길 열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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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히타치의 공탁금 추심 결정
고법 절차 거친후 피해자에 전달
대법, 日 후지코시도 배상 판결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가 일본 기업이 공탁한 돈을 받아갈 수 있게 하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승소 확정 판결을 받은 강제동원 피해자 측이 일본 기업의 공탁금을 배상금으로 받기 위해 청구한 압류추심명령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피해자 이모 씨 측이 히타치조선을 상대로 낸 공탁금회수청구권 압류추심명령 신청을 23일 인용했다. 이 결정과 공탁금에 대한 담보 취소 결정이 모두 확정될 경우 이 씨는 처음으로 일본 기업의 돈을 받는 피해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히타치조선은 2019년 한국 내 자산의 강제 집행을 막기 위해 담보 성격으로 6000만 원을 법원에 공탁했다. 이 씨 측은 이 돈을 배상금으로 받고자 압류추심명령 신청을 냈고, 법원은 이를 인용했다. 법원 결정이 정부로 송달되면 이 씨 측은 송달 증명서를 근거로 서울고법의 담보 취소 결정을 구하게 되고, 결정이 나면 공탁금을 수령할 수 있다.

법조계에선 서울고법의 담보 취소 결정 역시 정해진 수순이라 이르면 2∼3개월 내에 이 씨가 6000만 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민사소송법은 담보 권리자의 동의를 통해 담보 취소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 법원 결정으로 이 씨 측이 히타치조선이 낸 공탁금에 대한 ‘실질적 권리자’가 됐기 때문이다.

서울고법이 담보 취소 결정을 내리면 히타치조선은 즉시항고를 통해 불복할 수 있다. 그러나 히타치조선 역시 공탁금을 회수하려면 이 씨처럼 담보 취소 결정을 받아내야 하는데, 법원이 히타치조선의 항고 이익이 없다고 보고 각하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다만 모든 강제징용 피해자가 이 같은 절차로 배상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 강제동원 기업이 한국 법원에 공탁금을 낸 것은 히타치조선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한편 대법원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과 유족 41명이 일본 군수기업 후지코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등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25일 확정했다.

일본 정부는 “극히 유감스럽고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NHK에 따르면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은 “한국 정부가 지난해 3월 6일에 판결금과 지연 이자를 지급할 예정이라는 취지의 뜻을 이미 표명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한국이) 대응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징용 피해자#일본#가해기업#자금#히타치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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