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진 의원 피습]
“연예인 사인 받으려고 기다렸다”
의원 일정 어떻게 알았는지도 의문… 경찰 내부 “계획범죄 경향 강해”
지인들 “친구 스토킹 등 문제 일으켜”… 경찰, 정신의료기관 응급입원 조치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을 25일 무차별 공격한 중학교 2학년 A군(15)이 경찰 조사에서 “우발적 범행이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A 군이 범행 30분 전부터 돌멩이를 소지한 채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주변을 배회한 정황으로 보아 진술과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휴대전화 증거 분석 등을 통해 A 군의 범행 동기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 “연예인 보려 기다리다 우발적 범행” 주장
2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전날 배 의원을 습격한 직후 현장에서 체포된 A 군을 보호자 입회하에 조사했다. A 군은 경찰 조사에서 “연예인이 많이 다니는 미용실에서 사인을 받으려고 기다렸다. 우발적 범행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임의제출 받은 휴대전화 메시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내용, 범행 전 행적 조사 등을 토대로 진술의 사실 여부를 파악 중이다.
하지만 우발적 범행이라는 A 군 진술과 달리 습격 상황 자체는 계획범죄로 전개된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 경찰 내부의 의견이다. 실제로 A 군은 25일 범행 30분 전부터 마스크, 모자로 얼굴을 철저히 가린 채 피습 발생 건물 주변을 배회했다. 또한 배 의원의 머리를 때린 돌멩이도 몸에 지니고 있었다. 경찰은 A 군이 범행을 사전에 계획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중학교 2학년생인 A 군이 배 의원의 비공식 일정 동선을 어떻게 파악했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배 의원은 피습 당시 비공개 개인 일정을 소화 중이었다. 배 의원실 관계자는 “개인 일정인데 어떻게 일정이 새어 나갔는지 의원실 차원에서 도저히 모르겠다. 주변을 배회했다는데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며 “일정을 어떻게 알았는지 우리도 경찰 브리핑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의원실 등에 따르면 피습 사건이 일어난 건물 2층 미용실은 배 의원이 평소 자주 가던 곳으로 알려졌다.
● 정신의료기관에 응급입원 조치
A 군은 또한 경찰 조사에서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아왔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A 군과 같은 학교의 전교 부회장이라고 밝힌 B 군은 사건 당일 자신의 SNS에 “가해 학생은 평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고 평소에도 일반 학생들을 스토킹했다. 또 콩알탄을 던지는 등 불미스러운 일들을 많이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A 군의 또 다른 지인은 “A 군이 거의 반 모든 애들과 문제를 일으켰다”고 말했다. A 군이 거주하는 서울 강남구 소재 아파트 관계자는 “A 군이 평소에도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눈만 내놓고 다녔다”고 전했다. A 군이 먼지와 쓰레기가 있는 지하 보일러실에 들어가 드러눕는 돌발행동을 한 적도 있다고 한다.
경찰은 A 군을 부모 입회하에 조사한 뒤 이날 새벽 정신의료기관에 응급입원 조치했다. ‘응급입원’은 정신질환자로 추정돼 자해 및 타해 위험성이 있는 사람을 정신의료기관에 3일 이내 입원시킬 수 있는 제도다. 경찰은 “피의자가 미성년자인 점과 현재의 건강상태 등을 고려했다”며 “향후 범행동기 등을 면밀히 조사하는 등 엄정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3일이 지나도 보호자 동의를 거쳐 몇 개월 더 입원을 연장할 수 있는 ‘보호입원’으로 전환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그렇게(전환) 할 거냐고 물으면 거기에 대해서는 아직 이야기할 수 없다”면서도 “통상 그런 식으로 프로세스가 진행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경찰이 수사 중인 배 의원 피습 사건을 영장 단계부터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정원두 부장검사)가 맡도록 했다.
한편 배 의원이 A 군을 선처하지 않고 처벌을 원한다고 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배 의원 측은 “(그런)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배 의원 측은 통화에서 “경찰의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