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유가족들 “정부, 진상규명 요구 모욕적으로 묵살”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31일 03시 00분


‘이태원특별법 거부권’에 반발
“尹정부, 국민보호 헌법 가치 훼손
유족 동의없는 피해자 지원 안돼”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이태원참사특별법(10·29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및 피해자 권리보장을 위한 특별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하자 이태원 참사 유족들은 “안전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기회를 또다시 놓쳤고, 재난 참사의 위협에서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며 반발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는 이날 오후 1시경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분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족이 바란 것은 오직 진상 규명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유족의 요구를 가장 모욕적인 방법으로 묵살했다”고 비판했다.

이정민 유가협 대표는 “윤석열 정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헌법 가치를 훼손하고 159명의 희생자와 가족들을 외면했다”며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가 ‘유족과 협의해 피해지원 종합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이 대표는 “일고의 가치가 없고 단 한 줌의 진정성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의 김덕진 대외협력팀장은 “진실을 찾지 않은 채 정부의 지원을 원하는 유족은 없다. 유족 동의 없이는 (정부가) 피해자 지원을 위한 어떤 일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유가협은 이날 정부가 ‘법안에 따르면 법원의 영장 없이 동행명령과 같은 강력한 권한을 휘두를 수 있어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을 훼손한다’고 밝힌 데 대해 반박하는 자료도 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이태원 참사 TF 팀장인 윤복남 변호사는 “해당 권한은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등 유사한 조사위원회에 모두 있었던 권한이지만 위헌성이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 유족들과 종교인들은 전날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에서 대통령실까지 오체투지로 행진하며 이태원참사특별법 즉시 공포를 요구했다. 28일엔 서울시청 앞 분향소에서 “특별법을 공포하라는 유족과 시민들의 간절함을 다시 한번 전달한다”며 100여 명이 1만5900배 밤샘 기도를 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태원참사특별법#거부권 행사#반발#피해자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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