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6만 명 수용하는 공연 시설
작년 4월부터 공사 무기한 중단
인허가 지연-원자재 값 상승 등 영향
“경기도와 정상화 합의 절차 밟을 것”
지난달 26일 오전 10시경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의 한 공사 현장. 작업이 한창일 시간이었지만 중장비나 인부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출입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한다’는 안내문이 곳곳에 붙어있을 뿐 적막만 흘렀다. 어림잡아 높이 3m는 돼 보이는 가림막 너머에는 짓다 만 철골 구조물이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함바식당’이라고 적힌 대형 입간판이 도로 한쪽에 세워져 있어 예전에 이곳이 공사 현장이었다고 짐작하게 했다.
● “완공 기한 연기” vs “수정안 검토 후 결정”
CJ라이브시티는 정부와 경기도가 2001년 문화콘텐츠 육성 사업의 하나로 시작했다. 32만6400㎡(약 10만 평)의 부지에 조성되는 CJ라이브시티는 최대 6만 명을 수용하는 국내 최대 음악 공연 시설로 계획됐다. 한창 붐이 일기 시작했던 ‘한류’가 콘셉트였다. 그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치면서 사업에 제동이 걸렸고, 경기도가 2015년 ‘K컬처밸리 조성’을 위해 공모형 투자사업(PF)으로 재추진했다. CJ가 민간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명칭도 이때 ‘CJ라이브시티’로 지어졌다.
애초 2021년 10월 착공해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했다. 경기도와 CJ라이브시티 측이 협약을 체결하면서 사업에 가속도가 붙는 듯했다. 하지만 인허가가 늦어지고 대용량 전력 공급이 유예되면서 사업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악재까지 겹치면서 공사는 지난해 4월 무기한 중단됐다.
CJ라이브시티 측은 지난해 10월 투자 유치 확대를 위해 국토교통부 ‘민관합동 건설투자 사업 조정위원회’에 “완공 기한을 연장해 사업을 계속할 수 있게 해달라”며 사업협약 조정 신청서를 냈다. 그러자 조정위는 지난해 12월 경기도에 완공 기한 연장 등을 주문했다. CJ라이브시티 측에는 사업의 신속한 재개 등을 권고했다. CJ라이브시티 측은 공사 재개 가능성을 열어두고 2000억 원 규모의 기업어음을 발행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2월 1일 조정위 실무회의를 갖고 지난해 12월 조정안에 대해 수정 의견을 반영할 예정이다. 하지만 경기도가 수정된 조정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경기도는 사업계획 변경에는 동의하면서도 완공 기한 연장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실무회의를 거쳐 나온 수정안을 검토한 뒤 60일 안에 이행할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30조 경제 효과’ 물거품 되나
CJ라이브시티는 사업비만 무려 2조 원이 투입되는 경기 북부 최대 규모의 개발 사업이다. 사업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10년간 약 30조 원의 경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0만 명의 일자리와 해마다 1조7000억 원 이상의 소비 파급 등 막대한 낙수 효과가 기대된다. 사업이 정상화되면 지역 경제 활성화와 경기북부특별자치도, 경기 북부 지역 균형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사업이 무산되면 손실되는 기회비용이 수십조 원에 달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정 합의가 이뤄지지 못할 경우 현재까지 투입된 사업비 약 7000억 원은 매몰되고, 개장 후 기대했던 경제 효과도 모두 물거품이 될 수 있어서다.
CJ라이브시티 관계자는 “경기도와 원만하게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조정위의 후속 절차를 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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