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하던 운동을 중단했을 때 우울, 불안감 등을 겪는다면 담배와 술처럼 운동에 중독된 상태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운동 중독은 평소 매일 빠짐없이 운동하는 사람이 운동을 중단했을 때 일종의 금단 현상을 겪는 것을 말한다. 하루에 한 번 이상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이 일상에 방해가 될 정도로 운동에 집착하고 이를 하지 못하면 정신적인 혼란과 같은 현상을 겪는 것이다.
이주강 가천대 길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중독으로 해악을 유발하는 담배와 술과 같이 운동도 병적으로 갈망하는 상태인 ‘운동 중독’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운동 중독 자가 진단 방법으로는 ▲하루 한번 이상 규칙적인 스케줄에 맞춰 운동 ▲운동을 다른 활동보다 우선하는 경향 ▲운동 내성이 증가 ▲운동 중단 시 나타나는 혼란 같은 금단증상 ▲운동 재개 시 금단증상 경감 ▲운동에 대한 갈망 등이 있다.
위 항목 중 2개 이상에 해당한다면 운동 중독으로 볼 수 있다. 운동이 갖는 긍정적인 측면을 넘어 일종의 중독된 상태로 일상은 물론 몸과 마음에 해가 될 수 있다.
이 교수는 “운동에 중독돼 일상에 영향을 줄 정도로 탐닉하고 있다면 이미 중독이 시작된 단계로 볼 수 있다”며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흡연자나 알코올 중독자가 담배와 음주를 즐기듯이 습관적으로 운동만 반복하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면 운동 중독에 빠진 상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근골격계 질환이나 심장질환 등이 있다면 운동중독으로 인한 피해는 더욱 크다. 근골격계 질환자가 운동중독에 걸리면 잘못된 운동 자세, 고강도 운동 등으로 통증이 심해지고, 신체 변형과 같은 부상이 악화될 수 있다. 또 극히 일부이지만, 운동 도중 급작스러운 심장 발작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새롭게 운동을 시작할 때는 건강 상태를 꼼꼼히 살펴보고, 자칫 있을 부상 위험 등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필요할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운동 중독이 생기는 이유는 운동이 주는 긍정적인 측면에 기인한다. 운동은 긴장과 스트레스, 가벼운 우울증 완화에 도움을 준다. 특히 자존감이 낮고,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일수록 이런 면에서 효과를 볼 수 있다. 운동을 하면 뇌에서 엔도르핀, 아난다마이드와 같은 행복 호르몬들이 분비되고, 불안과 우울증 완화는 물론, 스트레스 감소, 성취감 등을 느끼게 된다.
운동중독이라고 해서 매일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운동 마니아들만 걸리는 것은 아니다. 헬스장에서 이른바 ‘무게를 친다’는 고강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고강도 운동 시 운동중독에 빠질 확률이 높긴 하지만, 걷기와 같은 저강도 운동에도 중독될 수 있다. 매일 3km 정도 규칙적으로 3~4개월을 걷는다면 역시 중독될 수 있다. 하루라도 걷지를 못하면 불안감과 죄책감에 사로잡히게 되며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 등산을 즐기는 중년이 무릎 상태에 개의치 않고 등산을 해 무릎 염증이 더욱 악화되는 경우 역시 해당된다. 염증 악화로 인공관절 수술이 필요한 상황에 노이는 중년들도 있다.
이병훈 가천대 길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운동은 건강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중년들의 경우 신체 노화로 근력량이 줄고, 관절을 보호하는 인대 등의 기능 역시 약해져 있을 수 있다”며 “그런 상태에서 자신의 신체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운동을 할 경우 근골격계 질환이 악화돼 정상인보다 빠르게 의학적 조치가 필요한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운동 중독을 예방하려면 운동의 목적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장한 각오 보다는 즐긴다는 생각으로 운동에 임하는 게 좋다. 운동 스케줄을 선수 같은 수준으로 정하기 보다는 주 3~5회 정도로 제한하고, 하루 운동하면 하루 휴식을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무리한 운동으로 만성 피로와 같은 상황이 발생해 몸과 마음이 망가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주강 교수는 “운동 중독에 빠지면 운동을 못할 경우 운동에 대한 갈망이 생기고, 불안, 우울, 죄책감 같은 감정에 사로잡히게 된다”며 “운동 중독에 빠지지 않기 위해 전문가의 처방 하에 운동을 시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