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둔 뒤 깨보니 죽어있더라” 살인 혐의 부인한 60대 징역 15년

  • 뉴스1
  • 입력 2024년 2월 1일 12시 39분


제주지방법원 제201호 법정. ⓒ News1
제주지방법원 제201호 법정. ⓒ News1
처음 본 바둑 상대를 흉기로 살해했음에도 결백을 주장해 온 60대 남성이 법원으로부터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이 남성 측은 “목격자가 없고, 제3자의 범행 가능성이 있다”며 무죄를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간접증거로도 살인 혐의가 증명된다고 판단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진재경 부장판사)는 1일 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69)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 5년을 명령했다.

A씨는 작년 7월8일 오후 11시40분쯤 제주도 서귀포시 소재 주거지에서 B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같은 건물에서 각각 홀로 지내던 두 사람은 사건 당일 오후 B씨 주거지에서 함께 술을 마신 뒤 A씨 주거지로 옮겨 바둑을 뒀다. 그리고 B씨는 이튿날 오전 가슴·목 등 9곳에 흉기를 찔려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부검 결과, B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혼수상태 정도인 0.421%였다. 이에 대해 부검의는 “흉기에 찔리고 있더라도 이를 인지하지 못할 정도의 수치”라고 설명했다. 실제 B씨 시신에선 저항흔·방어흔이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다.

또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흉기에선 A·B씨 두 사람의 유전자(DNA)가 아닌 제3자의 혈흔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아울러 이 흉기가 발견된 싱크대와 화장실 세면대·수전에선 B씨의 미세혈흔이 발견됐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A씨가 범행 뒤 화장실에서 혈흔을 씻어낸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에겐 피해자를 살해할 동기가 전혀 없다”며 “도로만 비추고 있는 검찰의 폐쇄회로(CC)TV 영상만으론 제3자 출입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A씨 역시 “술에 취해 자고 일어나 보니 사람이 죽어 있었고, 너무 무서워 휴대전화를 찾다 주인집에 올라가 신고 좀 해 달라고 (부탁)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타인의 범행이라면 그 제3자는 CCTV를 피해 침입한 뒤 DNA 흔적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현장을 벗어나야 하는데, 이런 가능성을 쉽게 상정할 수 없다”며 “사건 당일 피해자와 피고인이 우연히 함께 있게 됐는데, 이처럼 용의주도한 범인이라면 미행 등을 통해 이를 미리 파악해야 했지만, 그런 정황도 확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DNA 흔적을 하나도 남기지 않은 범인이 누군가 옆에서 자고 있는 상황에서 피해자를 살해하고 세면대에서 씻기까지 하고 도주했다는 건 용의주도한 계획범행과 맞지 않는다”며 “제3자 침입은 합리적 의심이라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B씨가 누군가에게 원한을 사서 살해당할 만큼의 이해관계 역시 발견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겐 상해치사 전력이 있고, 그 외에도 사소한 시비가 붙으면 격분해 여러 차례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며 “저항할 수 없던 피해자를 상대로 한 범행 수법이 극도로 잔인하고, 피해자는 영문도 모른 채 죽음을 맞았다. 갑작스레 가족을 잃은 유족의 고통도 크지만, 피고인은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고 선고 배경을 밝혔다.

(제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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