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간호 봉사한 60대 여성…마지막까지 3명에 새 삶 주고 떠났다

  • 뉴스1
  • 입력 2024년 2월 1일 15시 38분


뇌사 장기기증으로 3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난 고 황영옥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뇌사 장기기증으로 3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난 고 황영옥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병원에서 간호 봉사활동을 해오다 갑자기 쓰러져 뇌사 상태에 빠진 60대 여성이 장기기증으로 3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31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해 12월 인천성모병원에서 뇌사 상태였던 황영옥(69)씨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간장, 신장(좌우)을 3명에게 기증하고 숨졌다고 전했다.

경북 영주에서 5남매 중 둘째로 태어난 황 씨는 활발하고 사교성이 좋았고, 주변 사람에게 나누고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었다. 동생의 권유로 20년 전부터 노인복지회관과 병원 병간호 자원봉사를 꾸준히 해왔다.

그가 갑작스럽게 쓰러진 것은 지난해 12월 5일, 10년 넘게 병간호 봉사활동을 하는 인천성모병원에 도착해 봉사 시작 전 화장실에서 의식을 잃었다. 급히 응급실로 이동해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가 됐다.

가족은 의료진에게 회생 가능성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고, 봉사를 하려다 쓰러졌기에 아픈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장기 기증을 하면 좋겠다면서 기증에 동의했다고 한다.

그렇게 황 씨의 뇌사장기기증으로 간장, 신장(좌, 우)을 기증해 3명의 귀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

동생 황영희 씨는 “어머니가 고등학교 2학년 때 돌아가셔서 언니가 학비도 내주고 친엄마처럼 돌봐줬다. 어려운 살림에도 늘 가족과 남들을 돕던 착한 언니였기에 더 마음이 아프다. 32년 전 시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안구를 기증했는데 그러한 경험으로 인해 누군가를 돕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끝으로 황 씨는 하늘에 있는 언니에게 “같이 여행 가자고 했는데 내가 일한다고 나중에 가자고 한 것이 너무나 미안해. 하늘나라에서는 고생하지 말고, 언니가 하고 싶은 것 다 하면서 행복했으면 좋겠어. 엄마와 먼저 만나서 잘 지내고 있어”라며 눈물로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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