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필수의료 대책에 의료계 ‘싸늘’…“곳곳에 갈등 뇌관”

  • 뉴시스
  • 입력 2024년 2월 1일 16시 14분


지역의사제 적절한 패널티 수준 결정 관건
의료사고특례법 추진, 의사·환자 갈등 예고
혼합진료 금지 두고 정부·의료계 힘겨루기

정부가 필수·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 4대 정책 패키지를 발표한 가운데 의료계 내부에서는 향후 쟁점이 될 수 있는 사안이 적지 않아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려면 세부적인 정책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일 보건복지부는 의대 증원 규모 발표에 앞서 ▲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 등 ‘필수·지역의료 정책 패키지’를 발표했다.

정부가 지역의료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내세운 ‘계약형 지역의사제’ 도입은 지역의 의사 부족 해소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공감을 얻고 있는데, 지역 의무 복무 기간 등 계약 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패널티 수준을 적절하게 정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계약형 지역의사제는 대학-지자체-학생이 계약을 맺고 의대교육과정에서 지역의료리더 육성프로그램을 추가로 받게 되면 장학금과 수련비용을 지원하고, 졸업 후 일정기간 지역에서 근무하면 주거까지 제공하는 제도다.

지방의 한 의료원 관계자는 “계약형 지역의사제를 통해 배출된 의사가 계약 사항을 지키지 않았을 때 어떤 패널티를 줄 것이냐가 쟁점이 될 수 있다”면서 “선발해 교육하면 70~80% 정도는 해당 지역에서 근무하겠지만, 계약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일본처럼 지원받은 장학금 등을 반환하게 하는 수준이 적절할 것 같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계약 사항을 이행하지 않아도 면허 취소 수준까지 가진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계약형 지역의사제는) 계약 기반이므로 계약 시 위반에 대한 사항들을 향후 정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다만 조건부 면허가 아니므로 면허 취소는 가능하지 않다”고 밝혔다.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주요인으로 꼽혀온 의료사고 관련 형사처벌과 배상 부담을 완화하는 내용이 담긴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추진’과 관련해서는 특례 적용 여부와 적용 범위 등을 두고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정부는 모든 의료인의 책임보험·공제 가입을 전제로 의료사고 대상 공소제기를 제한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연내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망사고도 특례 적용범위에 포함할지, 미용·성형 등은 배제할지에 대해 향후 논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안정적인 필수의료 환경을 조성하려면 특례 적용 범위에 사망사고와 모든 진료과목을 포함해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환자·소비자·시민단체는 특례법 제정 발표를 철회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소비자공익네트워크는 1일 “오늘 의료분쟁개선협의체를 탈퇴하고, 앞으로 정부의 위헌적 의사 의료사고 형사책임 면제 특례법 제정 추진을 중단시키는 활동을 전개할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필수의료 패키지 중 비급여 관리 강화 부분도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도수치료, 백내장 수술 등 과잉진료 우려가 큰 ‘비중증 비급여’의 경우 비급여와 급여를 섞어 진료하는 ‘혼합진료’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지난해 자기공명영상(MRI) 건강보험 적용을 축소한 것처럼 무분별한 검사 문화를 개선해 절감된 재정을 필수의료 강화에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응급실 등에서 검사 자체가 제한적으로 시행될 수 있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응급실에서는 기본적으로 영상촬영 같은 검사를 해도 결과가 이상이 없다고 나오는 경우가 훨씬 많다”면서 “그렇다고 응급 환자가 이상이 있는지 없는지 검사를 하지 않을 수는 없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비급여 관리 강화 등으로 개원 진입 장벽을 인위적으로 높여 의사들을 반강제적으로 고위험 고난이도 저보상 진료 영역(필수의료)으로 몰아 넣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필수의료 수가(의료행위 대가)를 대폭 인상하기 위해 2028년까지 10조 원 이상(대부분 건강보험 재정)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는데, 급속한 인구 고령화로 인한 건강보험 지출이 늘어나 적립금이 고갈되고 있는 상황에서 실현 가능성이 있을지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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