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바오(사진)는 2020년 국내에서 태어난 첫 자이언트판다입니다. 하지만 4월이 되면 중국으로 가야 합니다. 중국의 ‘판다 외교’ 때문입니다.
판다 외교란 중국이 다른 나라에 판다를 빌려주거나 선물하는 외교 정책을 말합니다. 중일전쟁이 한창이던 1941년 장제스 전 대만 총통은 중국을 지원해 준 것에 대한 감사 표시로 미국에 판다 한 쌍을 선물했습니다. 이후 중국은 북한과 러시아, 영국, 독일 등 여러 나라에 판다를 보내며 외교에 판다를 활용했습니다. 1972년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도 중국 측은 판다 한 쌍을 선물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냉전이 끝난 것을 기념한 겁니다. 이때부터 중국의 ‘판다 외교(Panda diplomacy)’란 용어가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1983년 워싱턴 조약에 따라 희귀 동물을 다른 나라에 팔거나 기증할 수 없게 되자, 판다 외교는 임대 형식으로 바뀌었습니다. 현재는 한국을 포함한 21개 나라에 70여 마리의 판다가 ‘임대’ 형식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2012년과 2013년 중국 쓰촨성에서 태어난 푸바오의 부모 아이바오와 러바오 역시 2016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과 중국의 친선 도모를 위해 한국에 ‘임대’하면서 우리 곁에 왔습니다.
물론 공짜는 아닙니다. 중국은 번식 연구기금이라는 명목으로 매년 100만 달러(약 13억3500만 원)가량을 받고 있습니다. 판다가 새끼를 낳으면 추가로 40만 달러(약 5억3000만 원)를 받습니다. 하지만 판다의 소유권은 중국에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 판다가 죽으면 막대한 보상금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성(性) 성숙이 일어나는 네 살이 되면 중국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판다는 가족이나 동료들과의 유대가 강한 동물인데, 판다 입장에선 인간이 마음대로 ‘선물’하면서 사랑하는 가족 동료들과 강제 이별을 당하는 셈입니다.
판다 외교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습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판다는 현재 ‘멸종 취약종’입니다. 무분별한 개발로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개체 수가 크게 줄어 한때는 ‘멸종 위기종’으로까지 분류됐습니다. 그러다 1990년대 중국이 서식지 벌목을 금지하고 판다 보호구역을 지정하면서 2016년 ‘취약’으로 하향됐습니다. 지금은 약 1800마리의 판다가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판다가 가진 이미지와 상징성을 이용해 정치적 이익을 꾀하고, 멸종 위기 동물을 정치적 수단으로 삼아 경제적 대가를 거둬들인다는 지적입니다.
현재 푸바오는 ‘푸공주’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국내에서 인기입니다. 얼마 안 있으면 영영 볼 수 없는 푸공주를 보려는 인파로 에버랜드의 판다월드는 주말이면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하지만 정작 푸바오가 행복한지 물어보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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