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작가 주호민 씨의 장애 자녀를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특수교사가 1심에서 유죄 판단을 받았다. 주 씨는 “제도적 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했고, 교육계는 반발했다.
수원지법 형사9 단독 곽용헌 판사는 1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 A 씨에 대해 2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유예했다. 선고유예는 유죄는 인정하지만 형의 선고를 유예하는 것이다. 재범을 저지르지 않으면 형벌 기록(전과)이 남지 않는다.
주 씨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아들을 가르치던 특수교사의 발언을 사전 동의 없이 녹음했는데 법원은 이 녹음파일을 증거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녹음된 A 씨의 발언 중 “버릇이 고약하다” “싫어 죽겠어” 등의 발언을 정서 학대로 판단했다. 곽 판사는 “특수교사로서 피해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음에도 오히려 짜증을 내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피해자의 정신건강과 발달을 저해할 위험이 존재하고, 미필적 고의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 대신 “밉상이네” “머리에 뭐가 들었어” 등의 발언은 “혼잣말 형태로 짜증을 낸 것으로 학대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무죄로 봤다.
대법원은 지난달 11일 부모가 자녀 가방에 몰래 넣어둔 녹음기로 교사의 발언을 무단 녹음하면 형사재판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처음으로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곽 판사는 자폐성 장애가 있는 피해자의 특수성을 고려해 정당한 행위로 봤다. 곽 판사는 “피해자 모습이 평소와 다르다고 느낀 모친 입장에서 신속하게 확인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날 주 씨는 부인과 함께 법정에 나와 담담한 표정으로 선고를 지켜봤다. 주 씨는 판결 직후 “여전히 무거운 마음이다. 자식이 학대당한 것을 인정하는 판결이 부모로서는 반갑거나 전혀 기쁘지 않다”며 “열악한 현장에서 헌신하는 특수교사분들께 누가 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반면 A 씨 측 변호사는 “상당한 유감을 표한다. 항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도 판결 직후 브리핑을 통해 “특수교육 현장의 특수성이 고려되지 않아 유감”이라며 “특수학급뿐만 아니라 장애학생과 일반학생이 함께 수업을 듣는 통합학급을 맡지 않으려는 교사들의 기피 현상이 더 커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초등교사노동조합은 판결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몰래 녹음한 자료를 근거로 나온 판결에 유감의 뜻을 밝힌다”며 “교사를 향한 형법상 범죄 및 무분별한 정서적 아동학대 신고를 끊어내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지난달 30일 A 씨에 대한 선처와 주 씨 아내의 녹음 행위에 대한 엄벌을 요청하는 탄원서 8143장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주 씨 측은 2022년 9월 A 씨가 아들(당시 9세)을 정서적으로 학대했다며 경찰에 신고했고, A 씨는 기소된 뒤 직위해제됐다. 하지만 주 씨 측이 교사의 발언을 몰래 녹음한 사실을 놓고 논란이 불거졌다. 임 교육감도 기소만으로 직위해제는 부당하다며 A 씨를 지난해 8월 1일자로 복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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