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누군가의 생명을 지키려다 자신을 희생한 의사가 있었다. 2019년 2월 설 연휴 기간 응급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중앙응급의료센터를 지키다가 과로사한 故 윤한덕 센터장(당시 50세)이다. 이달 4일은 그가 집무실에서 급성 심정지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된 지 5년이 되는 날이다. 윤 센터장의 5주기를 앞두고 그의 모교인 전남대와 정치권 등에서 추모의 물결이 일고 있다.
2일 오후 4시 전남 화순군 전남대 의대 의학도서관에서 윤한덕 기념사업회 주최로 윤 센터장의 5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서해현 기념사업회장(서광병원장)은 “고인은 응급환자가 제때 필요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자 중심 응급의료체계를 한평생 꿈꿨다”라며 “우리는 그의 이상을 존경하며 동시에 그의 희생을 안타까워한다”고 말했다. 기념사업회는 전남대 의대 동문을 주축으로 윤 센터장을 기리는 사업을 하고 있다.
추모식에 이어 진행된 제3회 윤한덕상 시상식에서는 노영선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가 윤한덕상을 받았다. 노 교수는 중증·응급환자를 안전하게 이송할 수 있는 중증환자공공이송센터를 고안하고, 교통사고 사망률에 관한 연구를 통해 고속도로 뒷좌석 안전띠 의무화 조치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윤한덕상은 윤 센터장을 기리고 공공의료 발전에 기여한 사람을 격려하기 위해 전남대 의대 등이 2022년 제정했다.
한편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윤한덕 선생님은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를 반석에 올려둔 분이었고, 공익을 위해 본인의 모든 걸 바쳤던 분”이라고 말했다. 기자들과 만나 정치 현안에 대해 문답을 주고받은 자리에서 “한 말씀 더 드리고 싶다”라며 한 위원장이 먼저 꺼낸 말이었다. 그는 “어떤 사회가 누구를 배출했느냐에 못지않게 누구를 기억하느냐도 그 사회 품격을 말해준다고 한다”라며 윤 센터장을 추모했다.
윤 센터장은 생전에 몸을 돌보지 않고 일하며 응급의료전용헬기(닥터헬기) 도입과 권역외상센터 설립, 국가응급진료정보망(NEDIS) 등에 앞장서 왔다. 근로복지공단은 그가 숨지기 전 석 달 동안 주 평균 122시간을 근무했다는 조사 결과를 밝히기도 했다. 정부는 이런 공로를 인정해 윤 센터장을 2019년 국가유공자로 지정했다. 민간인이 국가유공자가 된 건 1983년 미얀마 아웅산 테러 사건 당시 숨진 민병석 대통령 주치의와 이중현 동아일보 사진기자 이후 36년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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