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과 관련해 2022년 1월 10일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동아일보 법조팀은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 매주 진행되는 재판을 토요일에 연재합니다. 이와 함께 여전히 풀리지 않은 남은 의혹들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이번 편은 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제56화입니다.
“수법을 잘 아시는 만큼 피해가는 방법도 아시는 것 같습니다. 정진상 뒤에 숨어 있으니 본인한테 안 올것이다(라고) 부인하면 되니까요. 그걸 진짜 모르셨습니까?”
30일 서울중앙지법 서관 311호 법정. 형사합의 33부(부장판사 김동현) 심리로 진행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위례신도시·성남FC·백현동 배임·뇌물 혐의 등 재판에선고성이 오고 갔습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사이에 벌어진 설전 때문이었는데요. 둘의 설전은 이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한 유 전 직무대리를 직접 신문하는 과정에서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 “수법을 잘 아니 피해가는 법도 아는 것 아니냐”…법정서 고성
이 대표는 이날 재판에서 증인으로 참석한 유 전 직무대리를 직접 신문했습니다. 이 대표는 “(성남시) 간부 회의에 도시공사 사장과 함께 여러차례 참석했을 때 (제가) ‘업자들하고 어울려다니거나 뇌물을 받으면 언젠가는 반드시 걸린다. 관청 근처 사업자 뒤져서 횡령 배임으로 건 다음에 공무원들 관계 추궁한다. 그래서 업자들은 그때 대비해서 증거 다 남긴다’ 이런 얘기 자주했는데 증인은 그런 얘기 들은 적 있냐”고 물었습니다.
유 전 직무대리가 이에 수긍하자 이 대표는 “그런데 증인은 그걸 여러 번 듣고도 정진상에게 3억 요구하자 이런 얘기를 했다는 거냐”고 추궁했습니다. 그러자 유 전 직무대리는 “시장님, 그러면 제가 (돈) 내준 호텔은 왜 갔습니까? 부산에 호텔 가실 때 제가 낸 거 몰랐습니까? 저한테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라며 언성을 높였습니다. 이 대표도 지지 않고 “말 돌리지 말라”고 말하면서 분위기는 다소 험악해졌습니다. 유 전 직무대리는 “부산 호텔 갈 때 제가 (돈을) 내준 거 모르냐”면서 “영수증도 제가 갖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정에서 고성이 계속되자 재판장이 나섰습니다. 재판장은 “3억 원을 요구할 때 정진상 피고인에게 말한 적 있는지 명확하게 답변해달라”며 두 사람을 중재했습니다. 그제서야 유 전 직무대리는 흥분을 다소 가라앉힌 채 “3억 원 정도 불러보겠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는 증인 신문을 계속 이어갔습니다. 이 대표는 “(회의에서) 어떤 부정행위를 하고 숨기는 건 개인이고 찾아내는 건 수사기관이기 때문에 절대 못 숨기니 어항 속 금붕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며 “대장동 같이 큰 사업들은 반드시 수사받으니 절대 절차에 어긋나거나 문제의 소지가 있으면 안 된다고 얘기한 것 기억하느냐”고 물었고, 유 전 본부장은 “시장님은 수법을 잘 아는 만큼 피해가는 법도 잘 아시는 듯하다”며 맞섰습니다. 그러면서 “항상 정진상 피고인을 내세우고 뒤에 숨으니 자기에겐 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재차 언성을 높였습니다.
● 재판부 “이 정도로 정리하자” 중재
이 대표와 유 전 직무대리가 법정에서 이 같은 설전을 벌인 것은 이날이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바로 나흘전 지난달 26일 열린 재판에서도 둘은 강하게 충돌했습니다. 유 전 직무대리가 이 대표의 변호인에게 신문을 받던 도중 이 대표가 재판부에 요청해 기회를 얻어 직접 나선 시점이었는데요.
당시 처음부터 이 대표가 직접 증인 신문에 나선 것은 아닙니다. 재판 초반, 이 대표 측 변호사가 유 전 직무대리에게 “2013년 1월 27일경 김만배에게 ‘형님, 걔(남욱)는 참 웃긴 놈입니다. 잘 봐주라고 해서 잘 봐주려고 했더니 전화도 안 받고 주둥이는 싸고. 형님 그럼 누가 가까이 가겠습니까. 사업 안 하겠다는 거 아닙니까’라고 말한 적 있죠?“라고 물었고, 유 전 직무대리는 “기억이 안난다”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변호사는 “증인은 2013년 3월 20일경에는 남욱과 대장동 사업에 대해 얘기하면서 ‘내가 사람들 컨트롤하려면 총알 좀 필요한데 니가 좀 도와줬으면 좋겠다’며 ‘일주일 내로 3장, 3억원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죠?”라고 물었습니다. 이에 유 전 직무대리는 “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정진상, 저, 김용이 같이 마신 술값이 4000만 원 정도 철거업자한테 밀려 있었다”며 “정진상 1억, 김용 1억, 저 1억하려고 (마련해달라고) 한 거고, 걔네(철거업자) 돈 없는 애들 아니냐며 일단 3억만 요구해본다고 해서 3억을 요구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대표는 “제가 좀 물어보겠다”며 신문에 직접 나섰고 재판부는 “네, 물어보세요”라며 허용했습니다. 이 대표는 “업자와 관계된 사람이 시청에 와서 행패를 부리고 증인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 했다는 얘기를 최근에 들었다”며 운을 띄웠습니다. 유 전 직무대리는 실소를 터뜨렸습니다. 그리고 “그 얘기는 처음 듣는다”고 답했습니다.
이 대표가 “증인은 철거업자로부터 4000만 원을 빌린 지 1년도 안 돼 3억 원의 차용증을 써줬다”며 “철거업자에게 철근을 주는 대가로 4000만 원을 뇌물로 받고, 철거업자가 이를 폭로하겠다고 하자 3억 원 차용증을 써준 뒤 이 돈을 갚기 위해 남씨에게 3억 원을 요구한 것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한마디로 유 전 직무대리가 정 전 실장, 김 전 부원장과 돈을 나눠 가지려 한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뇌물 수수로 인해 생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 변호사에게 3억 원을 요구한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유 전 직무대리는 “아무 상관 없는 부분을 가져다가 프레임 씌우려고 하시는 것 같은데 제대로 알아보시고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며 흥분했습니다. 이어 “음모론 만들고 이런 데에 너무 익숙하시는 것 같은데 좀 자제하시는 게 좋지 않겠나 싶다”며 언성을 높였습니다.
이 대표는 아랑곳않고 말을 이어갔습니다. 이 대표는 “증인은 제가 아는 바로는 강철호라는 철거업자에게 철근 주겠다고 약속하고 소위 뇌물을 받았는데 이거 폭로한다고 겁을 주니까 3억 차용증을 써줬고”라고 말하자 유 전 직무대리는 “소설 쓰지 마시고요! 그거 하는 사람이 사무실 찾아왔던 사람이 이재명 잘 아는 건달이더만요!”라고 반박했습니다.
두 사람의 공방은 재판부가 나서서 “이 정도로 정리하자”고 중재한 뒤에야 중단됐습니다.
● 피습 이후 내리 출석
최근 이 대표는 재판에 자주 출석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1일 부산에서 피습을 당한 뒤 병원에 입원하며 치료를 받느라 재판에 출석하지 못했던 때도 있었는데요. 이로 인해 재판이 다소 긴 시간 동안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지난달 23일 35일만에 재개된 대장동·위례신도시·성남FC·백현동 배임·뇌물 혐의 등 재판에선 오후 재판이 시작되자 ‘몸이 아프다’며 퇴정을 요청했습니다. 검찰은 “원칙적으로 피고인이 법정에 출석해야 한다”며 “피고인에게 어떤 상황이 있는지 확인할 수 없어 의견을 제시할 순 없지만 향후에도 (이런 상황이) 재발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반발했습니다.
재판부는 “항상 이렇게 하실 건 아니죠?”라고 묻고, 이 대표는 “가능하면”이라고 답했습니다. 이후 재판부는 “진짜 아프셔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피고인 말을 믿고 퇴정을 허락하는 것”이며 허락했고 이 대표는 퇴장했습니다.
26일부터 다시 재판에 출석한 이 대표는 피습 후 약 2주 동안 다섯차례 재판에 출석했습니다. 지난달 19일에는 선거법 재판, 22일에는 위증 교사 재판을 위해, 23일과 26일에는 대장동 재판으로 법원에 나왔습니다. 총선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가운데 이 대표가 재판에서 또 어떤 모습을 보일지 정치권과 법조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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