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경북 문경시 신기동 육가공품 제조공장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김수광 소방장(27)과 박수훈 소방교(35)의 빈소에는 추모객의 발길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추모객들은 두 소방관의 희생정신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김 소방장과 박 소방교의 빈소는 1일 오전 11시 문경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빈소가 차려지자마자 고인들을 추모하려는 동료 소방관 등 조문객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일반 시민들까지 빈소를 찾으며 밤늦게까지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빈소와 그 주변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 등 각계각층이 보낸 화환으로 가득했다.
김 소방장의 아버지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그날따라 아들이 열심히 근무해야겠다며 간만에 아침 식사를 달라고 해 아내가 차려준 국과 밥을 같이 먹었다”면서 “아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이 ‘수광아, 오늘도 근무 파이팅하자. 안전하게 근무해래이’였다”며 눈물을 흘렸다. 김 소방장의 18년지기 김모 씨(27)도 “중학생 때부터 소방, 경찰을 꿈꾸던 친구 네 명이서 나중에 다 같이 제복 입고 사진 찍자는 말을 나눴었는데…”라며 흐느꼈다.
분향소는 경북 안동시 풍천면 경북도청 동락관과 문경·구미·상주소방서에도 각각 설치돼 5일까지 추모객을 받는다. 문경소방서는 김 소방장과 박 소방교가 일했던 곳이고, 구미와 상주는 각각 김 소방장과 박 소방교의 고향이다.
도청 분향소에는 수백 명의 시민과 동료 소방관들이 방문해 고인들을 추모했다. 안동시민 김동수 씨(78)는 “나도 지난해 자식을 하나 잃어서 남 일 같지가 않아 찾아왔다”면서 “신년부터 정말 참혹하고, 안타까운 일”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소방장과 박 소방교의 시신을 수습한 경북119특수대응단 소속의 추교민 소방교도 분향소를 찾았다. 그는 “소방공무원 그 누구라도 당할 수 있는 일”이라며 “너무 안타깝다. 이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더 안전한 사회가 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문경소방서 분향소에도 일반 시민과 동료 소방관 200여 명이 방문해 고인들을 추모했다. 두 아이와 함께 온 서아름 씨(41)는 “소방관분들의 희생을 아이들도 기억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60대 남성은 “(소방관들은) 전쟁 나면 국민들 위해서 총칼 들고 싸우는 군인들과 같은 분들”이라고 했다.
두 소방관에 대한 영결식은 3일 오전 10시 유가족과 동료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진행된다. 영결식 후 순직 소방관들의 유해는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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