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혐의 대우산업 이상영 “도주우려 없어” 보석 호소

1400억원대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 기소
내달 구속만료 앞두고 불구속수사 호소
"거액재산 두고 도주못해…출국도 금지"

1400억원대 분식회계 혐의를 받는 대우산업개발 이상영 회장이 불구속 수사를 받게 해달라고 법원에 호소했다.

이 회장은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강규태) 심리로 열린 보석 심문기일에서 “피고인은 두 차례 영장청구 과정에서 성실히 임했고 무엇보다 도주할 염려가 없다”며 보석 인용을 요청했다.

보석이란 일정한 보증금의 납부를 조건으로 구속 집행을 정지해 수감 중인 피고인을 석방하는 제도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미결수 피고인의 1심 단계 최대 구속기간은 6개월이다.

지난해 9월 중순 기소된 이 회장의 구속 기한은 다음 달 말까지로 알려졌다.

하늘색 수의 차림의 이 회장은 뿔테 안경을 착용한 채 법정에 모습을 나타냈다. 함께 기소된 한재준 전 대표이사는 녹색 수의 차림으로 법정에 섰다.

이 회장 측은 그간 성실히 수사에 임했으며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검찰이 핵심 혐의인 분식회계 관련 공소사실을 특정하지 못했다고도 지적했다.

변호인은 “분식회계와 사기 혐의는 1년여간 수사에도 혐의가 인정되지 않아 1차 영장청구 당시 범죄사실에 적시되지도 않았다”며 “피고인은 분식회계의 구체적 현황과 회계 처리에 대해 알지 못했고, 공소장은 주된 범죄인 분식회계 관련 공모 일시, 장소, 내용을 특정하지 못해 범죄사실 증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장기간 수사와 두 차례 영장청구 과정에서 한번도 빠지지 않고 성실히 임했다”며 “중국 등으로 도주할 염려가 있다는 게 검찰 주장이지만 거액의 재산을 버리고 도피할 가능성도 없고 이미 출국금지 조치도 내려져 도피 가능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도 항변했다.

끝으로 “피고인은 무죄를 주장하고 있고 상당한 근거가 있다는 것이 변호인의 판단”이라며 “구속기한 내 충실한 심리가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보석을 허가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선처해달라”고 읍소했다.

직접 발언 기회를 얻은 이 회장은 “모든 걸 떠나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면서도 “잘못하지 않은 부분은 소명해 억울함을 풀고싶다. 기회를 준다면 열심히 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전 대표 측도 피해 변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재판부에 보석을 인용해줄 것을 요청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금융기관보다 더 많은 회생 채권을 보유 중이며, 막대한 채권을 가진 채로 도주할 우려는 없다”며 “회사를 건실하게 성장시킨 당사자인데, 경영권을 놓는 순간부터 엉망이 됐다. 회사를 정상화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회장 등의 보석 신청 관련 의견을 서면으로 제출하겠다면서 재판이 진행되지 않은 만큼 이들의 청구를 기각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두 사람은 2016년 3월부터 5년간 대손충당금을 과소계상하는 방식으로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하고 공시해 1430억원 상당의 분식회계를 한 혐의를 받는다. 또 허위 재무제표 공시를 이용해 금융기관 7곳으로부터 470억원을 대출 받아 챙긴 혐의(사기), 회사 자금 약 140억원을 횡령하고 518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배임)도 받고 있다.

이 회장은 2022년 6월 당시 강원경찰청에서 근무하던 경무관에게 수사 무마 대가로 수억원대 뇌물을 건넨 혐의도 받는다. 이 사건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하고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