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경법상 횡령·외부감사법 위반 등 혐의
法 "회사 자금을 개인 금고처럼 사용해"
증거인멸 혐의는 법리상 이유 무죄 판단
은폐 도운 전직 임원은 징역형 집행유예
‘트래펑’ 제조사로 알려진 백광산업의 전 대표가 200억원대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다.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최경서)는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 전 백광산업 대표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전직 회계 임원 박모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양벌규정으로 기소된 백광산업에는 벌금 3000만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김 전 대표는 가족의 사익을 위해 회사 자금을 개인 금고에서 돈을 꺼내쓰듯 거리낌 없이 사용했다”며 “수차례 임원들이 피고인을 만류했음에도 멈추지 않고 범행을 이어가 뒤처리는 모두 임직원의 몫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김 전 대표는 자신의 범죄에 대해 ‘부친의 지시를 거스를 수 없어 어쩔 수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백광산업은 개인사업체가 아니고 상장법인”이라며 “피고인의 사적관계가 상장법인 대표의 법적 책임의무를 감경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박씨의 형량에 관해선 “김 전 대표의 횡령을 은폐하기 위해 회사의 감사를 방해하는 범행을 저질러 죄책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박씨는 자신의 범행을 책임지는 차원에서 30년간 재직한 회사를 퇴사하고 범행으로 얻은 금전적 이익이 없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고 양형사유를 들었다.
김씨는 2010년부터 약 13년 간 회사 자금 229억원 상당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2011년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회사 자금 169억원을 현금으로 인출해 개인 신용카드 대금, 증여세 등을 납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FIU(금융정보분석원)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1000만원 미만 단위의 현금으로 인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2010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가족 해외여행 항공권 등 20억원을 회사 법인카드로 결제하고, 자녀 유학비 등으로 18억원 상당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에게는 2017년 3월부터 3년간 횡령 정황을 은폐하기 자산 및 부채를 재무제표에 과소계상해 허위공시한 혐의(외부감사법 위반·자본시장법 위반)도 적용됐다.
그는 현금 인출 방식의 횡령 일시 및 액수 등 구체적 출납경위가 기재된 대체출금전표들을 파쇄하도록 지시해 증거인멸 교사 혐의도 받았으나, 재판부는 해당 혐의를 법리상의 이유로 무죄 판단했다. 증거인멸의 고의는 있었지만 지시를 받은 사원이 이를 범죄가 아닌 통상적인 업무로 인식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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