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흉기 난동범을 모방해 길거리에서 여학생들에게 흉기를 휘두르려 한 10대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정진아)는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군(16)에게 징역 장기 6년·단기 4년을 선고했다.
만 19세 미만 소년범의 경우 징역형을 단기와 장기로 나눠 선고한다. 수감 기간 결정은 향후 교화 정도에 따라 정해진다.
A 군은 지난해 10월 1일 저녁 서울 서초구의 한 공원 인근에서 여중생 2명을 따라가 흉기로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인적 드문 공원에서 낯선 남자에게 갑작스럽게 공격당한 어린 피해자들이 겪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신림역 사건은 불특정 다수에 대한 잔혹한 범죄인데 이를 추종하는 것에서 나아가 행위 착수까지 이르렀다는 점에서 사회에 미친 해악이 크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자의로 중지했고 피해자 중 1명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점, 아직 미성숙한 상태인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경남 창원에서 살고 있던 A 군은 범행을 위해 흉기와 둔기를 소지한 채 버스를 타고 상경했다. 그는 관악구 신림동으로 가려고 했으나 마침 눈에 띈 여중생들을 뒤쫓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A 군은 지난해 7월 21일 신림동에서 흉기 난동을 벌여 4명의 사상자를 낸 조선(34)의 범행 영상을 보고 동질감을 느껴 누군가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신질환을 앓던 A 군은 범행 당시 자신을 영화 ‘배트맨’의 악역이던 ‘조커’와 같은 실패작이라고 생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가 조선의 범행을 보면서 ‘강하고 멋지다’라는 생각에 희열을 느낀 것으로 판단했다.
A 군은 평소 폭력성이 강한 컴퓨터 게임에 빠져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살인미수죄가 멋지고, 나는 소년이어서 곧 풀려날 것이라 생각했다. 풀려나면 친구들에게 자랑하려고 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같은 A 군의 태도를 참조해 징역 장기 9년·단기 7년을 구형했으며 “피고인이 진지한 반성을 하고 있지 않다”며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A 군 또한 항소한 상태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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