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인멸·도주우려 없어 법정구속 면해
정경심, 확정형 감안해 2심서 집행유예
조민 장학금, 조원 온라인시험 등 유죄
100여명 참관…조국은 대법 상고 밝혀
‘자녀 입시비리’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형이 내려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2심 법원이 반성의 기미가 없다며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했다.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는 관련 혐의로 이미 형이 확정돼 복역한 점 등이 참작돼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김우수)는 8일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장관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2년의 실형과 함께 600만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입시비리 범행은 피고인이 대학교수의 지위를 이용해 수년간 반복적으로 행했으며, 동기와 죄질이 불량하고 사회적 신뢰를 훼손했다는 점에서 죄책이 무겁다”며 “청탁금지법 위반 역시 고위공직자로서 적지 않은 금품을 반복적으로 수수해 그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질책했다.
이어 “민정수석으로서 직무를 저버리고 청탁에 따라 감찰을 중단한 직권남용 혐의 역시 죄질이 불량하다”며 “원심의 양형 판단이 재량의 합리적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짚었다.
특히 재판부는 “조국은 원심과 당심 모두에서 범행을 인정하거나 반성하지 않았다”며 “범죄사실 인정이 전제되지 않는 사과와 유감은 양형기준상 반성으로 보기 어렵다”며 양형사유를 밝혔다.
다만 증거인멸 또는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1심과 마찬가지로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에게 적용된 혐의 대부분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1심 판단을 유지했다. 그에게 적용된 혐의는 크게 자녀 입시비리(업무방해,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등), 자녀 장학금 부정 수수(뇌물수수),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등 세 갈래로 나뉜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이 딸 조민씨 관련 노환중 전 부산의료원장으로부터 장학금 600만원을 받은 것을 뇌물로 보지 않았지만,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민정수석이던 조 전 장관의 직무와 직접 관련성을 가진 대가로 보기는 어렵지만, 조 전 장관이 조민씨의 생계를 부담하고 있었고 장학금 자체에 관계를 우호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노환중은 조국이 민정수석이 아니라면 알릴 필요 없는 병원장 임기 등을 조민을 통해 전달했다”며 “두 사람이 단순히 교수와 학부모의 관계만으로 인식하진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사정이 존재한다”고 판시했다.
증인신문을 두고 공방이 거셌던 아들 조원씨의 미국 조지워싱턴대 온라인 시험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로 판단했다.
조 전 장관 측은 1심부터 관련 혐의를 부인해왔고 2심에서는 시험 담당 교수가 서면 답변을 통해 형사기소에 부정적 견해를 밝혔으나 재판부는 시험의 공정성이 훼손됐다고 봤다.
재판부는 동양대 강사휴게실 PC에 대한 위법수집증거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적법하게 채택해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며 배척했다. 이는 앞서 정 전 교수의 대법 판결에서 증거능력이 인정됐으나 조 전 장관 측은 항소심에서도 일관되게 증거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던 부분이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특별감찰반의 감찰 무마 혐의도 유죄가 인정됐다.
민정수석 당시 조 전 장관이 유 전 부시장의 비위 의혹을 알고도 감찰을 중단시켰다는 의혹으로, 조 전 장관이 정치권 청탁으로 지휘권을 남용했다는 검찰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대부분 혐의에 공모관계를 형성한 정 전 교수에 대해서는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던 1심을 깨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정 전 교수는 2022년 1월 자녀 입시비리 등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서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의 형을 확정받았다. 이후 이 사건 1심에서 징역 1년형이 더해졌으나 집행유예로 형이 줄었다. 정 전 교수는 앞선 형이 확정되며 복역하다 지난해 9월 가석방된 상태다.
재판부는 “정경심은 조국과 공모해 주도적으로 범행을 실행한 점, 허위재산 신고 등으로 제도를 무력화하고 공직 청렴성을 훼손해 죄책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판결이 확정된 범행 외 다른 범행이 없고 장기간 수감으로 인해 건강이 좋지 않다는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또 “당심에서 아들의 입시 관련 일부 문서 제출을 후회하고 반성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실형을 선고한 원심 형은 가볍거나 부당하지 않고 오히려 무거워 양형을 새롭게 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 부부에 대해 백지신탁 의무 미이행에 따른 공직자윤리법 위반, 재산 허위 신고에 따른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1심과 같이 무죄로 봤다.
조민씨의 장학금 수령 관련 혐의로 함께 기소된 노환중 전 부산의료원장도 항소심에서 1000만원 벌금형으로 선처를 받았다. 1심은 그에게 징역 6개월 집행유예를 선고한 바 있다.
재판부는 노 전 원장의 행위에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단하면서도 그가 의료계에 종사하며 후학 양성을 위해 힘써온 점, 의전원 학생들의 장학금 지급에 기여한 점 등을 감안해 형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감찰무마 의혹으로 함께 기소된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대해서는 범행을 주도하고도 반성의 기미가 없다며 1심과 동일하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그 역시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법정구속은 면했다.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받았다.
이날 조 전 장관은 정 전 교수와 함께 법원에 도착했다. 방청객 등 100여명이 자리를 채운 선고공판은 40여분간 진행됐다.
재판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했던 조 전 장관은 선고를 마친 이후에는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항소심 판결을 겸허하게 받아들이지만 사실관계 파악과 법리 적용에 동의할 수 없어 항소해 대법원 판단을 구하고자 한다”며 “저와 가족으로 국민 분열이 일어난 데 사과드리고 성찰하고 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길을 걸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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