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입시비리·감찰무마 등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2심에서도 실형이 선고됐지만 법정구속은 되지 않았다. 재판부가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거나 그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거나 “범죄사실에 대한 인정이 전제되지 않은 사과 또는 유감 표명을 양형 기준상의 진지한 반성이라고 평가하기도 어렵다”고 비판하면서도 법정구속을 하지 않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정치적 고려’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는다. 하지만 필요성이 있을 때만 법정구속하는 방향으로 예규가 바뀐 영향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법정구속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피고인이 1·2심에서 실형 선고를 받았을 때 선고 직후 현장에서 구속하는 것을 말한다.
◇ ‘필요성 있을 때만’ 법정구속…대법원 예규 개정 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김우수 김진하 이인수)는 8일 뇌물수수·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장관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600만원을 추징했다. 다만 재판부는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고 방어권을 보장한다”면서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이전까지 법정구속은 ‘인신구속사무의 처리에 관한 예규’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면해주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러나 2021년 법원행정처가 24년 만에 예규를 개정하면서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만 법정구속을 할 수 있게 됐다. 형사소송법에서는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거나 주거부정, 증거인멸·도망 염려가 있는 경우 피고인을 구속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1·2심 실형을 선고받고도 법정구속되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 6일 설 특별사면을 받은 김대열·지영관 전 국군기무사령부 참모장이 주목받은 것도 법정구속과 관련이 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실형을 받고도 법정구속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고했지만 설 특사 일주일 전 취하해 형이 확정됐다. 법정구속되지 않은 피고인이 실형이 선고된 상태에서 상고를 포기한다는 것은 스스로 구금을 택한다는 의미인 만큼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2심 실형 선고를 받은 김기춘 전 실장도 법정구속을 면한 상태인데도 상고를 포기했다. 김 전 실장은 형 확정 5일 만에 사면됐다.
◇ 조국 사과 15번 했지만 안 받아들인 재판부…“범죄사실 인정 전제되지 않아”
이날 조 전 장관의 선고에서 재판부가 그간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은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간 조 전 장관은 여러 차례에 걸쳐 대국민 사과·유감 의견을 표명했다. 이날 선고 직후 조 전 장관이 직접 밝힌 사과 횟수는 15차례 이상이다.
장관 후보자 지명 이후 2019년 9월 열린 대국민 기자간담회에서 “법적 논란과 별개로 학생에게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밝히는가 하면, 지난해 7월 항소심 첫 재판에 출석할 때도 “정경심 교수의 유죄가 대법원에서 확정된 이후 겸허히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돌아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사실관계는 부인하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범죄사실에 대한 인정이 전제되지 않은 사과 또는 유감 표명을 양형기준상 ‘진지한 반성’이라고 평가하기도 어렵다”며 “이 법원까지 의미 있는 양형 조건의 변경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조 전 장관의 1심 양형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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