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 서울고등법원장(사법연수원 16기)이 올해부터 직접 파기환송심 민사재판을 맡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조희대 대법원장이 법원의 최우선 과제로 ‘재판지연 해소’를 강조하며 장기 미제 사건을 법원장에게 맡기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전국 최대규모의 고등법원장 역시 힘을 보태기로 한 것.
서울고법은 8일 2024년 사무분담을 확정하고 이 같은 내용을 소속법관들에게 공지했다. 서울고법은 19일 시행되는 법관 정기인사에 따른 사무분담에서 민사 파기환송 사건을 담당하는 민사 60부를 신설하고, 윤 법원장이 직접 해당 재판부의 재판장을 맡아 사건을 담당하기로 했다.
대법원에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파기환송 사건은 오랜 심급을 거친 난이도 있는 사건으로 여겨진다. 한 고법판사는 “법리오해를 이유로 파기 돼 돌아온 사건의 경우 심리의 기준이 되는 법리 자체가 달라져 새로운 법리에 대한 통찰력 있는 이해가 필요한 사건으로 여겨진다”고 했다. 심리미진이나 사실오인을 이유로 파기된 사건이라도 사안과 쟁점 자체가 복잡하고 기록이 두꺼운 경우가 많아 처리에 시간이 꽤 걸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고난도 사건을 법원장이 직접 챙기겠다는 것이다.
또한 서울고법은 올해 민사재판부를 1개 줄이는 대신 성폭력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재판부를 1개 늘리기로 했다. 최근 성폭력 관련 사건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사건 적체를 선제적으로 해소한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올해 서울고법은 민사부 28개, 형사부 15개, 행정부 9개로 구성된다. 고법 부장판사와 고법판사로 구성된 대등재판부 일부가 개편돼 고법 부장판사로만 구성된 대등재판부가 2곳, 고법판사로만 구성된 재판부가 5곳 늘어난다.
한편 이번 인사에서 서울고법으로 복귀하는 윤승은 법원도서관장(23기)이 형사9부의 재판장으로 성폭력 사건을 담당하게 된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자녀 입시비리’ 사건 등 주요 부패사건을 담당했던 형사13부는 캄보디아 크메르루주 특별재판소(ECCC) 국제재판관을 지낸 백강진(23기) 고법 부장판사가 재판장을 맡는다. 백 부장판사는 최근 대법관 후보자로 지명된 신숙희 양형위원회 상임위원(25기)의 남편이다. 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1심 선고를 마친 박정제 부장판사(30기)는 이번 인사에서 서울고법 고법판사로 임명 돼 민사재판을 담당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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