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사흘째 고향서 돌아온 시민들
열차마다 밝은 표정으로 짐 '바리바리'
"문화 바뀐 설…저녁식사로 차례 대신"
설 연휴 사흘째인 11일 서울역에는 고향 방문을 마친 뒤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귀경객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후 뉴시스가 찾은 서울역은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시민들로 가득 찼다. 모처럼 고향을 다녀온 시민들은 색색깔의 보자기로 싼 짐꾸러미와 캐리어를 들고 걸음을 옮겼다.
부산에서 출발한 서울행 KTX가 승강장에 들어서자, 귀경객들이 속속 열차에서 내렸다. 밝은 표정으로 한 아름씩 짐을 부린 시민들 사이로 곤히 잠든 아이를 품에 안은 부모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28개월 자녀를 데리고 부산 고향집에 다녀왔다는 직장인 임태규(39)씨는 이번 연휴에 유독 표를 구하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임씨는 “설 연휴가 짧아 이틀이나 휴가를 쓰고 수요일(7일)에 부산에 내려갔다”며 “연휴가 가까워지면 KTX 승차표를 구할 수 없어 일찍 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이마저도 쉽지 않아 중국 출장 중 티켓 오픈 시간에 맞춰 겨우 표를 예매했다”고 전했다.
인천에 사는 직장인 김모씨(32)는 결혼 후 첫 명절을 정신없이 보냈다. 인천 시댁에서 연휴 대부분을 보내고 울산에 있는 친정집을 방문하러 서울역을 찾았다고 한다.
김씨는 “늘 친구들과 함께했던 명절 연휴를 시댁 식구들과 함께 보내니 감회가 남다르다”며 “예전과는 시댁, 며느리 문화가 많이 바뀐 것 같다. 새 식구를 환영해 주는 분위기에서 배부르고 따뜻하게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명절 차례가 점차 사라지는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듯 김씨의 시댁과 친정 모두 이번 설에 차례를 지내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씨는 “요즘 제사 자체를 지내는 집이 많지 않은 것 같다. 시댁은 원래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 친정도 작년까지는 지냈지만, 올해부터는 하지 않기로 했다”며 “친정 식구들과 함께 결혼식 때 찍은 영상을 보며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했다.
학원 강사 일을 하는 20대 이모(29)씨의 가족도 올해부터 명절 차례를 없앴다고 했다. 서울이 고향이라는 이씨는 작년까지만 해도 큰집인 자신의 본가에서 친척들이 모두 모여 차례를 지냈지만, 올해부터는 가족들끼리 저녁 식사를 하는 것으로 가족 모임을 대신했다고 했다.
여러 이유로 남들보다는 늦은 명절을 시작하는 시민도 있었다.
군 입대한 지 4개월째라는 박관용(21)씨는 연휴 막바지가 돼서야 고향인 전남 나주행 KTX에 올랐다. 강원 홍천에서 군 생활을 하고 있는 박씨는 오늘부터 일주일간 첫 휴가를 받아 고향에 내려간다.
박씨는 “훈련이 잡혀 휴가를 못 받을까 봐 걱정했는데 이제라도 가족들 얼굴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고향에서 먼 곳으로 입대를 해 부모님이 걱정을 많이 했다. 부모님을 뵈면 그간 잘 지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들뜬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연휴가 하루 남은 이날 전국 각지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KTX 좌석은 대부분 매진된 상황이다. 귀경 차량이 몰려들고 있는 전국 고속도로는 곳곳에서 정체를 빚고 있다. 이날 오후 4~5시에 고속도로 정체가 절정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오후 4시 요금소 기준으로 승용차를 이용해 주요 도시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데 걸리는 예상 시간은 ▲부산~서울 7시간10분 ▲대구~서울 6시간10분 ▲광주~서울 6시간10분 ▲대전~서울 3시간50분 ▲강릉~서울 4시간20분 ▲울산~서울 6시간40분 ▲목포~서울 5시간50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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