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 담당… 이달 해산
길 안내부터 절도-강매 단속까지
치안 강화 위해 지구대 등에 재배치
“관광객 늘어 전담부서 필요” 지적도
“여기서 경복궁은 어떻게 가야 하죠?”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북촌한옥마을 입구. 대만 청년 5명이 이렇게 영어로 묻자 관광경찰대 3팀 이진영 경사(46·여)가 스마트폰으로 지도를 검색했다. 이 경사는 “앞에 표지판이 보이시죠? 거기서 오른쪽으로 꺾으세요”라고 영어로 설명했다. 이들이 “김치 말고 한국 음식도 더 소개해달라”고 부탁하자 이 경사는 “떡볶이를 꼭 먹고 가세요”라고 망설임 없이 답했다.
이날 3팀은 베레모를 쓰고 가슴엔 ‘POLICE’ 명찰을 단 채 신동주 팀장(55·경위)의 지휘 아래 한옥마을 일대를 순찰했다. 일부 외국인들은 이들에게 ‘셀카’를 찍자고 제안했고, 경찰관들은 익숙한 일인 듯 ‘양손 엄지 척’ 포즈를 하며 응했다.
● 11년 만에 해산하는 관광경찰대
관광경찰대는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보호하고 민원을 지원하기 위해 경찰청 외사계 소속으로 2013년 출범했다. 길 안내 같은 단순 민원부터 절도, ‘쇼핑 강매’, 바가지 요금 등의 사건도 직접 처리한다. 관광 현장에선 외국인 관광객이 엮인 각종 ‘소비자 분쟁’을 해결하는 역할도 맡아왔다. 서울 부산 인천 등 3곳에서 운영 중인데, 서울의 경우 명동 동대문 홍대 이태원 등 7곳에서 59명이 근무한다.
상인과 관광객 간 오해를 바로잡는 것도 이들의 업무다.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명동 관광경찰대엔 필리핀 남성과 상점 업주가 함께 찾아와 언쟁을 벌였다. 남성은 5만 원권을 냈다고 주장했지만, 업주는 5000원권이었다고 반박했다. 이상조 경장이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5000원권으로 확인돼 남성이 사과하며 종결 처리됐다. 이 경장은 “두 지폐의 색깔이 비슷해 관광객들이 혼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관광경찰대는 이달 중 공식 해체되고 현장 근무를 원하는 대원들은 지구대 등에 재배치될 예정이다. 지난해 흉기 난동 사건이 이어지면서 지구대 등 치안 현장의 인력을 보강하기 위한 조치다. 관광경찰의 업무는 기동순찰대가 담당한다.
출범 때부터 관광경찰로 일한 신 경위는 “(과거에는) 관광객들이 택시비로 50만∼60만 원을 내는 일이 다반사였는데 요즘은 거의 없다”며 “한국이 ‘다시 오고 싶은 나라’로 기억될 수 있도록 일조했다는 데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 “전담 조직 필요” vs “일선 인력 충원 환영”
경찰 내부에선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광경찰대가 해산돼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1103만1665명으로 전년(319만8017명)의 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외국인 관광객 수가 가파르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관광경찰대가 해산되더라도 전담 부서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기동순찰대 내에 외국인 관광객을 전담하는 ‘관광경찰팀’을 따로 둬 관광경찰대 인력을 그대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반면 일선 지구대에선 관광경찰대 해산에 따른 인력 증원을 환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관광지 인근 파출소 관계자는 “관광객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인원이 부족해 힘든 상황”이라며 “관광경찰대 출신이 현장에 배치되면 치안이 더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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