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메신저 등 통해 위험한 거래
해당 약물 팔거나 사기만 해도 처벌… 2017년 이후 최소 10명 사용 드러나
“해외서 안락사” 환자들 매년 늘어… 헌재, ‘존엄사 허용 여부’ 심판 착수
“몸무게 70kg이면 (약은) 20g이 치사량입니다. 폐쇄회로(CC)TV 없는 곳에 ‘물건’ 넣어둘 테니 찾아가시면 됩니다.”
13일 ‘안락사약’ 브로커라고 스스로 소개한 A 씨는 보안 메신저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가 말한 ‘물건’은 스위스와 네덜란드 등 해외에서 안락사에 사용되는 B 성분 의약품을 뜻한다. 국내에서 이 약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돼 의료 현장에서도 진정제와 마취제로만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개인 간 거래는 엄격히 금지돼 있다. 하지만 A 씨는 비트코인으로 40만 원을 송금하면 이 안락사약을 ‘전문배송팀’이 집 근처까지 가져다줄 수 있다며 기자를 유혹했다.
● 안락사약, 국내서 최소 10명 사용
전 세계적으로 안락사 허용 논쟁이 거센 가운데, 국내에서도 보안 메신저나 해외 사이트를 통해 안락사약이 불법으로 거래되는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불법 약물 거래는 엄단해야 하지만, 우리 사회가 난치병 환자의 고통을 덜어줄 완화의료에 무관심한 채로 ‘존엄한 죽음’에 대한 논의마저 금기시하는 사이 환자들이 음지로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2017년부터 지난해 9월 말까지 부검한 사망자 가운데 스위스 등에서 안락사에 사용되는 B 성분이 검출된 사례는 총 10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8명이 20, 30대였다. 국과수에 의뢰되지 않은 사례까지 감안하면 실제 B 성분 사용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B 성분 약물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해외 한국어 사이트까지 등장할 정도로 관련 수요는 적지 않다. 13일 한 해외 안락사약 판매 사이트에서는 “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있다”며 “평화롭고 고통 없는 죽음을 제공한다”고 홍보하고 있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2022년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2월 10일부터 한 달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안락사약’ 관련 키워드가 1543건 올라왔다.
해외에서 안락사약을 들여오려다 적발된 사례도 있다. C 씨는 2016년 해외 사이트를 통해 안락샤약을 밀수한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그는 경찰 조사에서 “안 아프게 죽을 방법을 찾다가 (약을) 해외에서 구매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진술했다.
● “고통 끝낼 환자 권리도 고려해 달라”
안락사를 희망하는 이들 중에는 난치병이나 중증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가 적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부터 안락사약을 구매하려고 알아보고 있다는 60대 D 씨는 “12년 전부터 극심한 우울증을 앓았다. 불법인지 알면서도 고통을 끝낼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2020년 정체 모를 바이러스에 감염돼 하반신이 마비된 이명식 씨(62)는 “매일 면도칼에 베이는 듯한 고통에 시달리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이걸 멈출 환자의 권리도 우리 사회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내에서 안락사약 등 생명을 단축하는 약물을 팔거나 처방하는 적극적 안락사는 불법이다. 형법상 자살 방조에 해당해 최고 징역 10년에 처할 수 있다. 사기만 해도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처벌받는다.
2018년 2월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면서 국내에서도 임종을 앞둔 환자가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스스로 중단할 법적 근거가 마련되기는 했다. 같은 법에 따라 말기 환자의 통증을 경감시키는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도 제도화됐다.
문제는 여전히 그 대상이 암 환자 등으로 좁고 정부 지원이 부실하다는 점이다. 중앙호스피스센터에 따르면 이달 5일 기준 국내 호스피스 치료 병상은 1711개로 집계됐다. 2022년 암 사망자 8만3378명에 비해 턱없이 적다. 특히 요양병원에선 연명의료가 일상적으로 이뤄지지만, 그중 90% 이상이 윤리위원회를 두지 않고 있어 연명의료 중단을 승인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안락사를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국내 환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안락사를 돕는 스위스의 비영리단체 ‘디그니타스’에 가입한 한국인은 2022년 말 기준 117명으로 2019년 58명에 비해 3년 새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지난해 9월 디그니타스에 가입한 김모 씨(39)는 “뇌출혈을 겪은 이후 고통을 참기 어려워져 안락사가 가능한 나라로 떠나는 방안마저 고민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 헌재, 안락사 관련법 6년 만에 정식 심판
안락사를 허용하는 해외 국가는 늘어나고 있다. 2002년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합법화한 네덜란드에선 이달 5일 드리스 판 아흐트 전 총리(93)가 아내와 동반 안락사를 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미국에서도 의사 조력 사망 제도가 11개 주(州)에서 법제화돼 있다.
반면 국내에서 안락사 관련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지적 속에 사실상 수년째 멈춰 있다. 2022년 6월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극심한 고통을 겪는 말기 환자가 희망하면 의사가 약물 등을 제공해 스스로 삶을 마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조력 존엄사법’(연명의료결정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정부 부처와 윤리계 등의 반대 속에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헌법재판소는 적극적 안락사 허용 여부를 정식 심판에 올려 결정하기로 했다. 국내에서 의사 조력 안락사를 허용해 달라며 제기한 헌법소원 청구를 정식 심판하기로 지난달 16일 결정한 것.
전문가들은 적극적 안락사에 대한 논의를 신중히 시작하는 한편, 고통이 심한 난치병 환자들이 대안으로 삼을 만한 완화의료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윤태 고려대 공공정책대 교수는 안락사약 불법 거래에 대해 “(환자 입장에선) 대안이 없고 (안락사약이) 유일한 선택지라고 판단해 불법 거래까지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좋아요
64개
슬퍼요
9개
화나요
2개
댓글 16
추천 많은 댓글
2024-02-14 04:57:10
환자개인의 권리를 위해 안락사는 허용 돼야한다.. 그리고 안전성이 검증된 비아그라는 왜 의사처방을 받아야하는가? 의사 먹여살릴려고 국민을 희생하는건가? 이런것도 합리적으로 못바꾸면 선수교체도 못하는 클리스만과 뭐가다르다는건가?
2024-02-14 07:38:53
늙어서 내 자의적으로 움직이고 살지 못하거나 치매로 모든 기억을 잃고 죽지못해 연명하는 목숨은 죽음보다 힘든것임을 다알면서도 어쩌지못해서 사는건 가족들도 본인도 고통일것이다. 우리도 깨끗한 상태를 그나마 유지할때에 서로 남길 아름다운 마음을 나누고 생을 마감할 수있게 존엄사법을 법제화해야 한다 목숨만 부지하고 산 들 그것이 행복일순없다. 국회건 정부건 그걸 반대하는 기관도 누구나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주어야한다
자살 하고자 하는 사람은 막을수 없다 그들이 이런 약물의 도움으로 고통없이 가도록 도와줘야 하는거지 이런걸 막으니 뇌물 먹고 투신하고 성추행 으로 목매달고 하는거지 약을 살수 있으면 얼마나 깔끔하게 갈수 있어 사체 처리하는 수고도 덜고 말야 존엄사는 필요하다 자기 목숨은 자기가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2024-10-10 10:51:32
죽지못해 사는 사람들이 정말 많을 겁니다. 대소변도 누군가에 의해 처리 되어야 하는 치욕적인 사람들도 많을 것입니다. 이런 분들에게 인간으로서 최소한 품위있는 죽음을 맞게 해줄수 있는것이 진정한 자유국가가 아닐까요?
2024-10-10 10:00:42
초고령 사회, 노인 빈곤률, 노년의 행복 등등 고려하면, 존엄사를 죄악시 하는 시각은 교정되어야 한다. 글자 그대로 노인의 존엄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2024-03-12 00:53:36
중장년이상이라면 누구나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도 죽고 싶을 때 죽을 수 있는 조력존엄사 법제화 시급합니다. 누구나 죽고 싶을 때 죽을 수 있고 그 결정이 존중받을 때 진정 건강한 사회가 형성됩니다. 스스로 자립할 수 없는 빈곤과 범죄, 신체장애와 지적 장애 및 장기간 방치된 우울증 포함 정신질환, 노화로 인한 삶의 질 저하 등 모두를 포괄하는 조력자살 법제화 하여 최고의 복지를 만듭시다.
2024-02-14 10:48:28
기사 감사합니다. 한국에도 안락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곀은 일을 아래에 적을께요. 제가 착각해 벌린 일이라서 가족에게돛말을 못 하겠어요. 안락사약도 없으면서 사기나 공갈을 당한 피해자입니다. 교묘히 속여 입금하게 하고요. 특히 텔레그램 전화로 연락오는데 조심하셔야 해요. 대포통장(명의자 김ㄷㅇ 국민은, 카뱅)으로 입금하게 합니다. 텔레전화는 추적이 힘들고 아이디도 바꾸어요.
물론 물건도 주지 않고 경찰서에 신고하면 향정공범자로 처벌된다고 공갈칩니다. 돈이 없다고 하니 그때서야 멈추고 돈을 돌려 달라고 했더니 (계속)
2024-02-14 10:42:07
(이어서)
환불대답은 다른 데서 사기,공갈 등으로 입금하겠다는 뜻이었네요. 공범.으로 만들려는 수작이라 입금거부했습니다.최근 설날 전 며칠동안 벌어진 사건입니다.
2024-02-14 10:28:36
스스로 존엄하게 죽을 권리도 중요하겠지만, 늙고 병든 사람을 합법적으로 죽일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난치병에 걸린 노인에게 병원비로 가산 탕진하지 말고 남아있는 가족을 위해 죽으라고 등 떠미는 세상이 될지도 모릅니다.
댓글 16
추천 많은 댓글
2024-02-14 04:57:10
환자개인의 권리를 위해 안락사는 허용 돼야한다.. 그리고 안전성이 검증된 비아그라는 왜 의사처방을 받아야하는가? 의사 먹여살릴려고 국민을 희생하는건가? 이런것도 합리적으로 못바꾸면 선수교체도 못하는 클리스만과 뭐가다르다는건가?
2024-02-14 07:38:53
늙어서 내 자의적으로 움직이고 살지 못하거나 치매로 모든 기억을 잃고 죽지못해 연명하는 목숨은 죽음보다 힘든것임을 다알면서도 어쩌지못해서 사는건 가족들도 본인도 고통일것이다. 우리도 깨끗한 상태를 그나마 유지할때에 서로 남길 아름다운 마음을 나누고 생을 마감할 수있게 존엄사법을 법제화해야 한다 목숨만 부지하고 산 들 그것이 행복일순없다. 국회건 정부건 그걸 반대하는 기관도 누구나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주어야한다
2024-02-14 06:00:22
안락사(적극적 존엄사) 도입 찬성입니다 천부적 인권 차원에서 적극 지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