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투입되는 예산 수조원 예상되는데 재원은 깜깜이
교부금 활용, 야당·시도교육청 동의 얻어내야…진통 예상
총선을 약 두달 앞두고 정부와 여당이 국가장학금 지원 대상을 대폭 늘리기로 한 가운데, 재원 마련은 여전히 안갯 속인 상황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 일부를 떼어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지만, 이는 야당과 시도교육청의 동의를 받아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이라 난관이 예상된다.
14일 교육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국가장학금 지원 대상을 소득 하위 80%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르면 이달 말에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장학금은 가구의 소득·재산 수준과 연계해 대학생에게 지급하는 장학금으로 연간 최소 350만원에서 최대 등록금 전액이 지원된다. 학자금 지원 구간은 소득·재산에 따라 1~10구간으로 구분되며 현재는 8구간까지 지원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소득 하위 50% 정도가 이에 해당한다.
정부 구상대로 소득 하위 80%까지 국가장학금 지원 대상을 늘린다면, 추가로 소요되는 예산은 최소한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기준 정부가 국가장학금 지원에 투입하는 예산은 4조974억원으로, 대학 재학생 203만명 중 약 101만명에게 지원되는 규모다.
이를 소득 하위 80%로 확대하면 장학금 혜택 대상은 지금(101만명)보다 약 62만명 늘어난 약 163만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 2022년 기준 4년제 대학 및 전문대 재학생 202만6059명의 80%를 단순 계산한 결과다.
여기에 생활비 대출 한도를 늘리고, 학자금 대출 이자 면제 대상을 확대하는 예산까지 포함하면 투입해야 할 예산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마땅한 재원 확보 방안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는 교육부가 뚜렷한 방안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막대한 국고 투입이 필요한 만큼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일부를 끌어다 쓰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교부금은 유·초·중·고등학생 교육에 활용되는 예산으로, 내국세 수입의 20.79%와 교육세 수입 일부로 조성된다. 이를 대학생 지원 예산으로 쓰기 위해서는 현행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교부금법)과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고특회계법)을 동시에 고쳐야 한다.
교부금법에서 규정한 교부금의 용도에 ‘대학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추가하고, 대학생 등 고등교육에 지원되는 예산 재원으로 ‘교부금’이 포함되도록 고특회계법 개정도 필요하다.
교부금을 활용하려면 국회 다수석을 차지한 야당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동시에 17개 시도교육청들의 협조도 구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대학은 지자체가 설치하거나 경영하는 기관이 아니니 교부금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고특회계의 재원도 현재 교부금으로 돼있지 않아 (교부금을 재원으로 활용한다면) 고특회계법도 고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간 초·중등 교육에 쓰이는 재원 일부를 대학 등 고등교육에 투자하는 방안에 대해 야당과 시도교육청은 강하게 반발해온 만큼 난항이 예상된다. 앞서 정부는 초중등 교육 예산 일부를 대학 지원 예산으로 활용하는 방안(고등교육평생특별회계 설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야당과 교육계 반발로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계속되는 세수 부족으로 시도교육청에 배분되는 교부금 규모가 크게 줄어드는 점도 악재로 작용한다.
예산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사상 최대의 세수 결손으로 지방에 내려보내는 지방교부세와 교부금 규모은 전년 대비 약 18조6000억원 감소했다. 가뜩이나 줄어드는 교부금 일부를 떼어내 대학생 지원 예산으로 쓰겠다는 구상을 시도교육청이 반길 리 없다.
이 관계자는 “아이디어 차원에서 교부금 활용 방안이 거론된 것 같은데, 법 개정도 필요하고 (교부금을 활용한다면) 교육청하고도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대학생 학자금 지원 대상을 무작정 확대하기에 앞서 안정적인 고등교육 재정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한국의 대학 등록금이 비싼 편이라, 학자금 지원 확대는 옳은 방향이라 생각하지만 문제는 재원”이라며 “선거를 앞두고 대안 없는 정책보다는 고등교육 재정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정책적으로 짜맞춰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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