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선 벌금 700만 원 선고
2심 재판부 "자택서 측정 요구
영장 없고 절차 어겨 위법하다"
집 앞에서 접촉 사고를 낸 뒤 자택까지 찾아온 경찰관들의 음주운전 측정에 응하지 않아 벌금형을 선고받은 50대가 2심에선 무죄를 인정받았다.
자택에 찾아와 음주 측정을 요구한 경찰관들의 법 집행 과정이 적법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광주지법 제3형사부(항소부·재판장 김성흠 부장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측정 거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700만 원을 선고받은 A(54·여)씨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 무죄를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21년 11월 23일 오후 7시께 광주 도심 일대 도로에서 운전하다 주차 차량 접촉 사고를 낸 뒤 신고를 받고 자택까지 찾아온 경찰관의 음주 측정 요구에 25분간 3차례 불응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의 법률대리인은 1심에 이어 “A씨가 당시 음주운전을 하지 않았고, 음주 측정을 요구할 당시 음주운전으로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도 없었다. 경찰관이 영장 없이 주거지에서 음주 측정 요구한 것은 위법하다”는 취지로 거듭 주장했다.
1심에선 A씨가 음주운전을 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음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음주 측정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고 봤다.
출동 경찰관이 ‘A씨에게서 술 냄새가 났다’는 신고자 이야기를 듣고 자택에 찾아가 외출복 그대로 누워있는 A씨를 발견한 점, 경찰관이 A씨에게 술 냄새와 얼굴 혈색이 붉어 음주측정을 요구했다는 사실 등을 유죄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경찰관들은 주거(지)에 대한 수색 영장 등을 발부받지 않은 상태에서 집 안에 들어가 음주 측정을 요구했다. 이러한 측정 요구가 영장주의의 예외 사유에 해당한다거나 적법한 임의 수사 범위 내에 속한다고 볼 수도 없다. A씨에게 적법 절차에 따른 음주 측정 요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임의 수사로서 피의자의 주거지에 들어가는 경우에도 경찰관이 이를 거부하거나 언제든지 자유로이 퇴거를 요구할 수 있음을 알려줬어야 하고, 피의자의 자발적 의사에 의해 경찰관이 주거지에 들어간 경우에만 적법성이 인정된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경찰관들은 A씨의 집에 들어가면서 A씨와 A씨 아들에게 적법한 고지를 했다고 볼 자료가 없고, 아들에게 집에 들어가도록 승낙받으면서 사고 발생 외에 A씨의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선 설명했다고 보기 어렵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른 범죄 예방 또는 위험 방지를 위한 즉시강제로서 적법 행위로 평가할 수도 없다”며 무죄 선고 취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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