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비자 발급 제한 대학 지정
매년 유학생 관리체계 실태 조사… 부실 대학은 일정 기간 비자 제한
학생 관리 어려운 소규모 학교… 유학생 못 받아 재정난 악순환
“정부-지자체 차원 매뉴얼 없이… 관리 업무 대학에 일임” 비판도
“불법 체류할 생각이 없었던 학생들도 유학생 커뮤니티 등에서 정보를 얻고 불법 체류자가 되는 일이 적지 않다. 지방대로서는 손쓸 도리가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올해 외국인 유학생 비자 발급 제한 대학으로 지정된 비수도권 A대 관계자는 13일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부는 외국인 유학생 불법 체류를 막기 위해 불법 체류율 등을 바탕으로 매년 실태 조사와 인증심사를 하고, 교육부는 문제가 있는 대학을 비자 발급 제한 대학으로 지정하고 있다. A대의 경우 3년째 비자 발급 제한 대학으로 묶여 있다.
그런데 최근 비수도권 대학 중심으로 “정부가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독려해 놓고 관리는 대학에 다 미루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15년 넘게 이어진 등록금 동결 탓에 지방대는 외국인 유학생을 많이 받아 등록금 수입을 올려야 하는데, 인력 여건 등을 감안하면 유학생 관리까지 완벽히 해내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 한류 열풍에 유학생 급증… 불법 체류도 늘어
최근 세계적인 한류 열풍으로 외국인 유학생이 늘면서 불법 체류 유학생도 덩달아 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외국인 유학생은 18만1842명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던 2021년(15만2281명)보다 3만 명가량 늘었다. 그런데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 체류 유학생은 총 3만6260명으로 전체 유학생의 약 20%에 달한다. 불법 체류 유학생 수는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2만1970명)보다 60% 이상 늘었다.
이에 정부는 유학생 유치·관리 실태 조사를 거쳐 비자 발급 제한 대학을 지정하고 있다. 이달 7일에도 광주 남부대 등 학위 과정 20개교와 충남 순천향대 등 어학연수 과정 20개교를 비자 발급 제한 대학으로 분류했다. 외국인 유학생의 불법 체류율, 공인 어학 성적 등을 바탕으로 각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 관리 체계를 평가한 결과인데 비자 발급 제한 대학으로 지정된 대학들은 올해 2학기부터 1년 동안 외국인 유학생들을 못 받는다.
그런데 지방의 소규모 대학 중에는 외국인 유학생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A대 관계자는 “소규모 대학은 유학생 관리 예산과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불법 체류율이 높은 경우가 적지 않다”며 “학교 재정에서 외국인 유학생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관리 부실을 명목으로 비자 발급 제한 대학으로 지정해 버리면 재정난이 심각해진다”고 했다.
● 외국인 유학생 관리는 대학 몫
외국인 유학생 관리를 정부가 대학에 일임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외국인 유학생이 한국에 들어오면 이후 생활은 각 대학이 관리하게 돼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유학생 관리 매뉴얼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데 대학에서는 유학생이 장기 결석하면 전화를 걸어 소재를 파악하는 것 정도가 할 수 있는 전부다. 수사기관처럼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하거나 주거지를 수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사자가 전화기를 꺼놓고 잠적하면 별 도리가 없다.
올해 비자 발급 제한 대학으로 지정된 B대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전에는 불법 체류율이 3, 4% 수준이었는데 팬데믹 이후 세계 경제가 어렵다 보니 학교에 안 나오고 돈을 벌러 다니는 유학생이 많다”며 “우리 대학의 현재 유학생 불법 체류율은 절반에 육박한다”고 했다. 또 “졸업까지 한 학기 남긴 유학생이 갑자기 연락이 끊겨 소재지를 찾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무리 관리가 어려워도 지방대는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포기할 수 없다. 교육부의 등록금 동결 압박 탓에 내국인 학부생 등록금은 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물가는 계속 오르고 대학도 비용 지출이 늘어나는데 등록금 수입은 그대로이니 결국 유학생을 많이 받아 그 등록금으로 재정을 채우는 수밖에 없다. 그러다 비자 발급이 제한되면 유학생을 받을 수 없게 되면서 대학 재정이 한층 더 악화되는 구조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이 외국인 유학생 선발 과정에서 한국어 구사 능력이나 한국에서 공부를 하고 싶은 이유 등을 자세히 파악해야 불법 체류를 방지할 수 있다”며 “교육부도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도입 및 글로컬 대학 확대 등을 추진하면서 외국인 유학생 불법 체류 방지를 위해 대학 대상 컨설팅 등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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