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재취업 돕는 ‘서울런4050’
인턴십 기회-직무 교육 등 제공
채용 기업에도 인건비 지원
“경험 풍부한 중장년에게 기회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 학원을 접고 나서 인생에 새 기회가 찾아올 줄은 몰랐어요.”
14일 서울 금천구의 인공지능(AI) 전문 사회적기업 에스에스엠엠(SSMM) 본사에서 만난 원덕환 씨(60)는 이렇게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한 뒤 30년 넘게 서울 강남구 대치동, 경기 용인시 등에서 수학 학원을 운영해 온 원 씨는 코로나19의 여파로 2020년 학원 문을 닫아야 했다. 환갑을 목전에 두고 있던 당시 막막하기만 했던 그에게 지난해 6월 제2의 기회가 찾아왔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운영하는 ‘중장년 인턴십’ 프로그램을 알게 된 것.
원 씨는 프로그램을 거쳐 현재는 SSMM의 AI팀에서 데이터 라벨링 교육을 담당하게 됐다. 그는 “평생 수학을 포기하려는 학생들에게 강의를 해왔으니 가르치는 것만큼은 자신 있었다”고 말했다.
● 중장년에게 재취업 길 열어줘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운영하는 ‘서울런4050’은 직무 교육, 인턴십 기회 등을 제공해 수십 년간의 업무 경험과 노하우가 쌓인 40∼64세 중장년층이 다시금 새로운 직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난해 여름 원 씨는 중장년 인턴십에 지원했고 약 두 달간의 수습 교육을 거친 뒤 정규직으로 채용됐다. 첫 2개월 동안 그는 컴퓨터 단축키 사용부터 AI 전문 용어, 프로그램 운영 방법 등을 처음부터 새로 배웠다. 원 씨는 입사 후 본인이 만든 공부 노트 2권을 펼쳐보이며 “원래 나는 컴퓨터로 검색만 할 줄 알았는데 AI는 완전 새로운 영역이다 보니 매일 회사에 남아서 유튜브를 찾아보며 혼자 추가로 공부했다”고 말했다.
처음엔 인턴으로 시작했지만 원 씨는 정규직으로 전환한 뒤 지난달 말 부장으로 승진하기까지 했다. 이제 계약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AI 데이터 라벨링 작업을 가르치는 업무를 도맡아 하고 있다. 원 씨는 “중장년층이 재취업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데 이렇게 다시 도전할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20년 넘게 디스플레이 엔지니어로 일하다 회사 구조조정으로 갈 곳을 잃었던 김유진 씨(56) 역시 지난해 서울런4050에서 직무 교육을 받고 여행사에 재취업하는 데 성공했다. 김 씨는 “40, 50대에 접어든 뒤에 갑자기 직업을 잃게되면 사회에서 고립되기 마련”이라며 “경력 단절이 예상치 않게 찾아오는데 이렇게 중장년을 대상으로 한 재취업 기회가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채용 기업에도 인건비 270만 원 지원
재단은 올해 중장년을 위한 인턴십 기회, 직무 교육을 더욱 확대해 제공할 예정이다. 지난해 인턴십 기회를 412명에게 제공했는데 올해는 450명으로 규모를 늘렸다. 이 중 125명은 풀타임으로 근무할 수 있다. 인턴십 참여자들은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를 보장받을 수 있고 4대 보험에도 가입된다. 채용 기업에는 1인당 최대 270만 원의 인건비를 지원한다.
직무 교육 역시 확대한다. 재단은 지난해 ‘서울런4050’을 통해 6055명에게 직업역량·디지털 전환교육을 제공했다. 올해는 ‘4050 직무훈련’을 신설해 웨딩플래너, 역사문화체험강사, 병원행정사무원 등 직업별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고 자격증 취득을 돕는다.
구종원 서울시 평생교육국장은 “많은 경험과 노하우가 쌓인 4050세대들이 조기 은퇴하는 경우가 많은데 서울런4050은 제2의 삶을 준비할 수 있게 돕는 곳”이라며 “올해 취업설명회, 기업과의 연계 등을 강화할 예정이라 많은 중장년층이 관심을 갖고 지원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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