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고의 지연, 29개월만에 선고
“자유민주주의 체제 침해 가능성”
범죄단체 구성-금품수수 등 유죄
북한의 지령을 받아 간첩 활동을 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진 ‘자주 통일 충북동지회’ 피고인 3명에게 법원이 중형을 선고했다. 2021년 9월 재판에 넘겨진 지 2년 5개월 만에 1심 판결이 나왔다.
● 범죄단체 구성은 ‘유죄’…간첩죄는 ‘무죄’
청주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김승주)는 16일 자주 통일 충북동지회 고문인 박모 씨(60) 등 3명에게 각각 징역 12년을 선고하고 도주 우려 등을 이유로 3명 모두 법정 구속했다. 추징금 2660만 원도 함께 내렸다.
재판부는 “대한민국의 존립 안정과 자유민주주의 체제 존립을 침해하고 사회 불안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결심 공판에서 박 씨 등 2명에게 징역 20년을, 위원장 손모 씨(50)에겐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형법상 범죄단체 구성, 국가보안법상 회합·통신 및 금품수수 혐의 등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했다. 다만, 형법상 간첩죄(국가기밀 수집·누설)와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등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북한에 보고한 정보를 국가 기밀로 보기 어렵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봤다.
검찰에 따르면 박 씨 등은 2017년 북한 문화교류국 공작원의 지령에 따라 자주 통일 충북동지회를 결성했다. 북한으로부터 공작금 2만 달러를 받아 4년 동안 국가 기밀과 국내 정세를 수집 보고하는 등 간첩 활동을 한 혐의를 받았다. 위원장, 고문, 연락 담당으로 역할을 구분해 공작원과 지령문, 보고문 수십 건을 암호화 파일 형태로 주고받으면서 충북지역 정치인과 시민단체 인사의 포섭을 시도했다.
하지만 박 씨 등은 “검찰이 제시한 증거는 조작됐다”며 “일부 사진과 영상물은 촬영자가 확인되지 않아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없고, 접촉했다는 북한 공작원의 존재 여부도 알 수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 법관 기피·변호사 교체…2년 넘게 재판 지연
피고인들은 여러 차례 재판부 기피 신청과 변호인 교체 등을 요구하며 재판을 고의로 지연시켰다. 구속 기소 후 4개월 만에 재판부 기피 신청한 것을 시작으로, 기피 신청을 했다가 기각당한 횟수만 모두 5차례다. 지난달 재판부는 “소송 지연 목적이 명백하다”며 다섯 번째 기피 신청을 기각했다. 변호인도 8차례나 교체하며 기록 검토 등을 이유로 재판을 지연시켰다. 재판이 길어지면서 피고인 3명은 모두 구속 기간 만료로 보석으로 풀려났고, 이날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았다. 검찰이 애초 4명을 재판에 넘겼지만, 연락책 박모 씨(53)는 별도의 법관 기피 신청을 해 현재 재판을 따로 받고 있다.
재판부는 이날 재판을 시작하면서 이례적으로 1심 재판이 지연된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최근 의사 수가 부족하다고 하지만 정말 부족한 것은 판사”라며 “1심 재판의 구속 기간 만료는 6개월밖에 안 된다. 국회가 조속하게 법을 개정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한편 박 씨 등은 1심 선고를 이틀 앞둔 14일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에 정치 망명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30여 년간 한국 정부로부터 감시, 협박, 간첩 조작 등 심각한 인권 침해를 당했고, 간첩 조작 시도도 계속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엔이 재판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개입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어 이들의 요청은 사실상 실현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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