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신림동 등산로에서 여성을 살해한 최윤종(31) 사건의 피해자 유족이 “미친 사람처럼 살았다”며 사건 이후 근황을 전했다.
지난 1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저는 신림동 등산로 사건 피해자의 친오빠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 씨는 “동생 순직 절차 때문에 오늘 서울에 올라왔다”며 “이게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글을 써볼까 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지난해 8월17일 동생이 쓰러져 뇌사 상태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엔 ‘보이스피싱’ 범죄로 의심했다. 하지만 경찰관이 보낸 명함을 보고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된 A 씨는 급히 모친과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이어 곧바로 ‘임종 면회’를 해야 할 것 같다는 말을 들은 그는 믿을 수 없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 씨는 “사고 나기 2주 전에도 방학이라 부산에 내려와서 셋이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했는데 믿어지지 않았다. 중환자실에서 본 동생의 모습은 온몸이 긁힌 상처투성이였고, 기계에 의존해 호흡만 간신히 하고 있었다”고 했다.
A 씨의 동생은 치료받다 이틀 뒤 끝내 숨졌다. 그는 “어머니가 정말 산송장이셨다”라며 “2022년에 폐암으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동생까지 저렇게 되니 저라도 정신 차려야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이후 A 씨는 가해자인 최윤종을 찾아봤다고 한다.
A 씨는 “20살 때 군대에서 총기 들고 탈영하고 강제 전역 후 10년간 아르바이트 한번 안 해보고 집에서 컴퓨터게임이나 하루 종일 하는 그런 놈에게 제 동생이 당했다니”라며 분노했다.
이어 “제 동생은 20살 때 서울교대 합격 후 15년을 첫 자취방 보증금 말고는 집에 손 한번 벌리지 않은 착한 딸이고 동생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극과 극의 인간이 제 동생을 저렇게 만들었는지 정말 하늘이 원망스럽다”고 호소했다.
또 “작년 8월 이후 지금까지 저는 모든 일을 멈출 수밖에 없었고, 어머니는 아예 집 밖에 못 나간다”며 “그런데 가해자 가족은 저희에게 사과 한마디 없고, 이사 가서 회사 잘 다니며 일상생활 잘하고 있다더라. 피해자 가족은 죽지 못해 사는데 정말 이게 맞나”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A 씨는 “제 동생은 학교에서 체육부장 보직이었고 방학 때 교내 탁구 연수를 위해 출근 중에 그렇게 됐다”고도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울다 웃다 미친 사람처럼 살았다. 이번주 수요일이 동생 순직심사인데, 합당한 결과가 나오면 좋겠다”면서도 “동생이 하늘에서는 아버지와 편히 지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해당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그동안 혼자 버티시느라 고생했다”, “천벌 받을 인간이 뻔뻔하게 항소했다니 이 나라에 정의가 있나 싶다”,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으시겠지만 힘내시라”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최윤종은 지난해 8월 17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공원 등산로에서 철제 너클을 착용한 채 피해자를 수차례 폭행하고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으나, 1심 재판부는 지난달 22일 최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1심 선고 후 최윤종은 이틀 만에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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