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신림동 등산로에서 여성을 성폭행하려는 목적으로 폭행하고 살인한 혐의를 받는 최윤종(30) 사건의 피해자 오빠가 피해자의 순직 심사를 앞두고 심경을 밝혔다.
19일 밤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에는 ‘저는 신림동 등산로 사건 피해자의 친오빠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피해자 오빠 A씨는 “어디서부터 말해야할지 모르겠다”며 “동생 순직 절차 때문에 오늘 서울에 올라왔다”고 운을 뗐다.
사건이 일어났던 지난해 8월 16일 부산에서 평범하게 일하고 있었다는 A씨는 “저녁 6시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씨의 동생이 ‘강간을 당했으며 뇌사상태’라는 피해자 담당 경찰관의 전화였다.
A씨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고려대 구로대 병원을 향했고 도착했더니 새벽이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도착하자마자 담당의사로부터 “임종면회를 해야할거 같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A씨는 “동생은 이틀 만에 하늘나라로 가버렸다”며 “그때까진 가해자고 나발이고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고 했다. 이어 “어머니가 정말 산송장이셨다”며 “2022년도에 아버지가 폐암으로 돌아가시고 동생까지 저렇게 되니 저라도 정신 차려야겠다 싶었다”고 했다.
A씨는 아버지 옆자리에 동생을 묻어주고 난 후에야 가해자에 대해 찾아볼 수 있었다고 한다. A씨는 강제전역 후 무직으로 인터넷 게임에 몰두한 것으로 알려진 최윤종을 두고 “그런 놈에게 제 동생이 당했다니. 그놈은 그냥 진짜 바보 같았다”고 표현했다. 이어 “어떻게 이런 극과 극의 인간이 제 동생을 저렇게 만들었는지 정말 하늘이 원망스럽다”고 했다.
A씨는 “작년 8월 이후 지금까지 저는 모든 일을 멈출 수밖에 없었고, 어머니는 아예 집 밖에 못 나가신다”고 근황을 전했다. 이어 “사과 한마디 없이 이사 가서 회사 잘 다니며 일상생활 잘하고 있다더라”며 “피해자 가족은 죽지 못해 사는데…이게 맞냐”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또 당시의 겪었던 소위 ‘2차 가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A씨는 “여자 혼자 그 시간에 뭐 하러 운동하러 갔냐” 등의 댓글을 보고 제정신으로 살기가 힘들었다고 했다. 그는 “제 동생은 교내 탁구 연수를 위해 출근 중에 그렇게 되었다”며 “울다 웃다, 참 미친 사람처럼 살았다”고 했다.
A씨는 21일 피해자의 순직 심사를 앞두고 “합당한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며 “동생이 하늘나라에선 아버지와 편히 지냈으면 좋겠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최윤종은 지난해 8월 17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 목골산 등산로에서 피해자를 철제 너클을 낀 주먹으로 무차별 폭행하고 최소 3분 이상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는 현장에서 약 20분간 방치됐다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이틀 뒤 숨졌다. 검찰은 최윤종이 성폭행을 시도했으나 미수에 그친 것으로 판단했다.
앞서 검찰은 최윤종에게 사형을 구형했으나 재판부는 “우리나라는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사형을 선고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판례가 있다”며 “피고인의 연령과 성향, 가족관계 등 양형요소를 종합하면 생명 자체를 박탈하기보다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하는 무기징역을 선고해 재범의 가능성을 차단하고 유족에게 사과와 자신의 잘못을 참회할 시간을 갖게 해야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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