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 병원(서울대, 세브란스, 서울아산, 삼성서울, 서울성모병원) 전공의들이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해 20일부터 본격적인 집단행동에 나선 가운데 중증 질환 환자들과 그 가족들이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환자들이 모인 카페나 지역 커뮤니티 등에는 수술이 취소되거나 연기, 퇴원 권유를 받았다는 글이 속출하고 있다. 뇌종양을 앓고 있다는 A 씨는 환우 카페에 “파업으로 3월 중순 예정이던 수술이 4월 말로 연기됐다”고 토로했다. 갑상선 암 환자인 B 씨는 취소된 수술이 기약없이 미뤄졌다고 했다. 그는 “다음주가 수술이라서 시간을 비워놨는데 전공의들이 나갔다고 수술을 취소하더니 언제 (다시)될지 모른다더라”고 전했다.
이번 사태로 수술이 취소되거나 미뤄지며 갑작스럽게 퇴원을 권유받은 이들의 가족들도 울분을 토했다. C 씨는 “무릎 수술을 앞둔 시어머니가 어제 퇴원을 당했다”며 “의료파업으로 내 가족이 피해를 볼 줄 몰랐다. 일년을 기다렸다가 겨우 날짜를 잡은 것인데 이럴 수 있냐”고 했다. 생후 한 달 된 조카가 유문협착증 진단을 받고도 수술할 병원을 찾지 못했다고 말한 D 씨는 “뉴스에서만 응급실 뺑뺑이와 소아과 문제를 보다가 직접 당하니 피가 거꾸로 솟아버리는 느낌”이라고 분노했다.
비난의 화살은 전공의들에게 향했다. 암 환자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렇게 무책임한 파업이 어디 있느냐” “안그래도 마음이 어려운데 수술까지 취소되니 더 힘들다” “그냥 환자도 아니고 암 환자인데 너무 한다” “책임감과 사명감이 부족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보건복지부는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전날 오후 11시 기준 6415명(55%)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다만 사직서가 수리된 경우는 없다. 또 728명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했다고도 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20일 오전 브리핑에서 “전공의들은 환자와 그 가족들을 불안하게 하는 집단사직과 휴진을 조속히 철회하고 환자의 곁을 지켜달라”고 재차 호소했다.
정부는 의료계 집단행동으로 인한 진료·수술 지연 등 피해를 본 경우 국번 없이 ‘129번’으로 전화하면 피해 사례를 상담해주고 법률구조공단과 연계해 소송을 지원하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 기준 34건의 상담 사례가 접수됐다. △수술 취소 25건 △진료 예약 취소 4건 △진료 거절 3건 △입원 지연 2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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