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이탈 ‘의료 혼란’]
임시 대의원 총회… 대응방안 논의
대전협 회장 “투쟁 1년이상 갈수도”
20일 낮 12시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협) 회관.
소속 병원 로고가 찍힌 가운을 입은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 100여 명이 강당에 모였다.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하며 사직서를 제출하고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임시 대의원 총회에 참석한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들이었다. 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박단 대전협 회장은 “(대학병원) 가운을 입는 건 오늘이 마지막일 것으로 생각해 각자 가운을 입고 와 줄 것을 요청했다”며 “이번 사안(전공의 투쟁)은 1년 이상 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세브란스병원 전공의로 19일 사직서를 내고 병원 근무를 중단한 상태다.
이날 총회에 참석한 전공의들은 정부의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조치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톨릭중앙의료원 인턴 대표였다가 최근 사직한 류옥하다 씨는 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과 싸우는 게 절대 아니다”라면서도 “이렇게 가면 필수의료가 붕괴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의 조치가 필수의료 붕괴를 가속화할 것이란 취지로 해석된다. 그는 또 “이미 사직한 상태인데 어떤 식으로 업무를 개시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사태가 마무리돼도 필수의료 전공의 4분의 1, 3분의 1은 안 돌아갈 수도 있다”며 정부의 강경 대응에 불만을 드러냈다.
환자에게 미안한 마음도 밝혔다. 한 전공의는 “환자를 두고 나오는 것에 대해 엄청난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며 “만에 하나 사직서를 낸 상황을 지속하지 못한다면 정부의 겁박 때문이 아니라, 환자분들한테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돌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대전협은 이날 5시간 동안 마라톤 회의를 진행했고 이후 오후 늦게 ‘정부는 잘못된 정책을 철회하고 비민주적인 탄압을 중단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대전협은 성명에서 “2000명은 어처구니 없는 숫자”라며 “합리적 의사 수 추계를 위해 과학적 근거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2000명 의대 증원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라”고 주장했지만 향후 대응 방침은 밝히지 않았다.
이날 오전부터 빅5 병원(서울대, 서울아산, 삼성서울, 세브란스, 서울성모병원) 등 주요 대학병원에선 진료를 중단하고 퇴근하는 전공의들이 줄을 이었다. 오전 8시경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앞에서 만난 한 전공의는 병원에서 나와 택시를 잡아타며 “여행을 떠날 것”이라고 했다. 손에 든 종이가방엔 구겨진 의사 가운이 들어 있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9일 오후 11시 기준으로 사직서를 낸 전공의는 총 6415명이다. 복지부에 자료를 제출한 병원 95곳의 전공의(약 1만1600명) 중 55%다. 복지부는 이 중 1630명이 진료를 중단한 것으로 파악했다.
빅5 전공의들이 근무 중단을 선언한 20일에는 더 많은 전공의들이 병원에서 이탈한 것으로 추정된다. 의료계 등에선 빅5 전공의 2745명 중 30% 안팎이 근무를 중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20년 집단휴진(파업) 당시 전공의 참여율이 80%였는데 그보다 낮은 수준이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정부가 면허 취소까지 언급하며 강경하게 나오는 탓에 ‘상황을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날 전공의의 선배인 임상강사 및 전임의(펠로)들이 입장문을 내고 “의료 정책에 대한 진심 어린 제언이 모두 묵살되고 (의사가) 국민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매도되는 현 상황에서 의업을 이어갈 수 없다”고 밝혀 사직 릴레이가 전임의 등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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