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용 부탄가스통 수십 개를 들고 새마을금고에 들어가 ‘건물을 폭파하겠다’고 위협한 50대 남성이 16년 넘게 의용소방대원으로 활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서울 동대문소방서에 따르면 50대 후반 남성 A 씨는 2007년 3월경부터 동대문소방서 휘경대 소속으로 의용소방대원 활동을 시작했다. 의용소방대원은 관할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민간 봉사 단체로, 화재시 소방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의용소방대원은 매달 한 번 의무교육을 이수해야 하고 특정 횟수를 넘지 않으면 자동 해임되는데, A 씨는 한 해도 빠짐없이 요건을 충족한 것이다. A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의용소방대원으로 활동도 하는데 (부탄가스통을 쌓아둔 범행이) 위험한 줄 몰랐겠느냐”고 말했다.
서울북부지법은 부탄가스통 수십 개와 라이터를 들고 건물 내부로 진입해 난동을 부려 현주건조물방화 예비 혐의로 체포된 A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19일 기각했다. 법원은 “주거지가 일정하고 방화죄 관련 범행으로 처벌받은 전적이 없으며 방화를 저지르지 않고 스스로 경찰에 신고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17일 오후 6시경 동대문구 휘경동에 있는 한 새마을금고 건물 내부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 부탄가스통 30여 개를 놓은 뒤 경찰에 전화해 “다 터트려버리겠다. 죽여버리겠다”고 위협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오토바이를 타고 범행 현장에 도착했으며 직접 부탄가스 뚜껑을 열어 건물 내부로 가스를 누출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개인적으로 억울한 사정이 있어 이를 밝히고자 보여주기식으로 실행한 것”이라며 “범행이 알려지며 당사자와 억울한 일을 풀었다”고 밝혔다. 또 “누군가를 다치게 할 목적은 없었기 때문에 일부러 사람이 많지 않은 장소를 찾았다”고 주장했다.
A 씨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라이터를 들고 있던 A 씨를 체포하고 부탄가스통 30여 개와 라이터 1개를 수거했다. 당시 건물에 근무 중인 직원이나 ATM 이용객이 없어 실제 인명 피해로 이어지진 않았다.
동대문소방서 관계자는 “A 씨는 거의 활동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형이 확정되면 해임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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