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사법농단’ 사태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1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항소심 재판부가 21일 확정됐다. 두 사건 모두 고법판사로만 이루어진 대등재판부에 배당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고법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이 피고인인 사법농단 사건 항소심 재판은 21일 서울고법 형사14-1부(재판장 박혜선)로 배당됐다. 임 전 차장의 항소심 재판은 형사12-1부(재판장 홍지영)가 맡게 됐다. 두 재판부 모두 고법 부장판사 없이 고법판사 3명으로만 이뤄진 대등재판부다.
법원 안팎에선 사법농단 사건의 무게감을 감안했을 때 두 사건이 대등재판부에 배당된 것은 이례적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양 전 대법원장 사건은 14일, 임 전 차장 사건은 16일 서울고법에 접수됐는데, 정기인사에 따른 새 사무분담안이 19일 시행됐음에도 두 사건은 21일 오후에야 배당이 완료됐다. 한 고법부장판사는 “무게감이 있는 사건들은 고법부장판사가 맡는 게 일반적”이라고 했다.
법조계에선 양 전 대법원장 등과 근무연이 있거나 개인적 인연이 있는 판사들을 감안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판사들이 사건을 맡지 않도록 제외하다 보니 배당이 늦어졌고, 결국 대등재판부가 맡게 됐다는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 당시 비서실장과 총괄재판연구관을 지낸 설범식 황진구 부장판사, 인사총괄심의관이었던 남성민 부장판사 등 서울고법에는 양 전 대법원장과 근무연이 있는 법관이 상당수 있다.
실제 서울고법은 19일 오후 수석부장판사 주재로 형사재판부 재판장들이 모여 1시간 30분 동안 간담회를 열고 두 사건의 배당 방식 등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간담회에서 재판장들은 형사재판부 판사 모두가 두 사건 피고인과의 인연이나 회피 사유 등을 적은 사유서를 20일 오전까지 수석부장판사에게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수석부장판사는 사유서를 확인한 뒤 피고인들과 관계가 있다고 판단되는 재판부는 배당 후보군에서 제외한 것으로 전해졌고, 나머지 재판부를 대상으로 법원 전산시스템을 통해 무작위로 사건을 배당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최대한 공정한 절차를 밟아 ‘배당 논란’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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