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교육부 “의대 증원 규모, 지난해와 달라지면 사유 명시” 각 대학에 공문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25일 14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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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내년도 전국 의과대학 입학정원 배분 절차에 착수한 가운데 각 대학에 “기존 수요조사와 다른 정원 규모를 제출할 경우 사유를 명시하라”는 내용을 공문에 포함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각 대학이 지난해 수요조사에서 제출한 증원 희망 규모 총 2251~2847명을 가급적 지켜달라는 의미로 증원 규모 2000명을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5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교육부의 ‘2025학년도 의과대학 학생정원 신청 안내’ 공문에 따르면 정부는 각 대학이 의대 증원 신청에 대한 산출 또는 판단 근거를 제시할 때 “기제출 자료를 토대로 작성해 달라”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지난해 수요조사 때 제출한 내용에 기초해 제출해 달라는 뜻이다.

교육부는 또 “기존 수요조사와 달리 정원 규모를 변경하여 신청 시 구체적 또는 특별한 사유를 추가해 달라”며 “그에 따른 대학의 교육여건 추가 확보 계획도 포함해 달라”고 적시했다. 각 대학은 이를 ‘지난해 제출한 규모보다 많거나 적게 제출하지 말아 달라’는 취지로 해석하고 있다.

현장에선 ‘의대 정원을 최대한 확보해 학교의 위상을 올리고 등록금 수입도 올리겠다’는 대학 본부와 ‘제대로 된 교육을 위해선 크게 늘릴 수 없다’는 의대 학장들의 의견이 맞서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의대 학장들의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최근 “지난해 수요조사 당시 교육여건에 비춰 무리한 희망 증원 규모를 교육 당국에 제출한 점을 인정한다”며 “2000명은 단기간에 수용하기 불가능한 숫자“라고 밝힌 바 있다. 의대 교육 여건상 적절한 증원 규모로는 350명을 제시했다.

하지만 상당수 총장들은 지난해 제출한 증원 희망 정원을 그대로 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의대가 있는 대학의 한 총장은 이날 “지난해 실험실, 임상교수 당 학생 수 등을 전부 따져 희망 정원을 제출한 것이라 달라질 게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 지방대 총장은 22일 교육부 공문을 받은 후 의대 학장에게 “실제 교육 적정인원을 적어내지 말고 (복지부에 낸) 기존인원을 제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의대의 한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기존인원을 내면 당장 강의실과 교원 수가 모자라 2부제 수업을 해야 할 상황인데 총장은 증원을 강행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의과대학의 교육과정을 평가·인증하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기준을 충족하는 범위에서 증원 규모를 배정하면 의료계에서 우려하는 교육의 질 하락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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