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퇴근길 중 사고로 숨져…法 “산재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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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2월 26일 09시 48분


뉴시스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다가 발생한 사고로 숨졌더라도 도로교통법상 범칙 행위가 있었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정상규 수석부장판사)는 교통사고로 숨진 A 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라”며 제기한 소송을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 씨는 2020년 9월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다가 보행자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행인과 충돌했다.

당시 A 씨는 내리막인 횡단보도 앞에서 속도를 줄이거나 일시 정지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고로 행인은 12주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고, A 씨는 땅에 떨어져 뇌출혈 증상을 보이다가 이튿날 숨졌다.

A 씨 유족 측은 근로복지공단에 “A 씨가 업무상 재해로 사망했다”며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의 쟁점은 보호자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은 A 씨의 범칙 행위가 산재보상법의 보호에서 배제되는 범죄행위인지였다.

산재보상법 제37조에 따르면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가 원인이 돼 발생한 부상·질병·장해·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다.

재판부는 “행인이 건너고 있는데도 횡단보도 앞에 일시 정지하지 않은 A 씨의 행위는 도로교통법 위반”이라며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유족 측은 당시 횡단보도가 내리막이어서 A 씨가 행인을 보고도 피할 수 없었다고도 주장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모든 차의 운전자는 횡단보도에 차가 먼저 진입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일시정지 등으로 보행자의 통행이 방해되지 않도록 할 의무가 있다”며 “이를 위반해 업무상과실·중과실 치사상을 범했다면 처벌의 대상이 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사건 사고 당시 날씨는 맑았고 (발생 시간도) 어둡지 않았으며 시야를 가릴 다른 자동차도 없었다”며 “A 씨는 평소 사건 도로로 출퇴근해 도로 환경을 잘 알고 있었고, 보행자용 신호기가 없는 편도 1차선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언제든지 진입할 수 있다는 점은 쉽게 예상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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