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단체가 전공의 집단 이탈로 인한 의료 대란을 막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비상 의료 대책에 대해 “의사들이 수십년 동안 주장했던 정책을 마치 대단한 대책인 것처럼 말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2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응급환자들은 대학병원으로 가고, 중증도 환자들은 지역병원으로 가고, 경증 환자들은 동네의원으로 가라고 하는 것이 정부의 현재 의료 재난 상태의 대책이라고 말하는데 우리는 그 부분들이 상당히 우습다”고 직격했다.
주 위원장은 “중증·응급환자 중 진료가 힘든 환자들만 대학병원으로 가고, 그렇지 않은 환자들은 지방에 있는 훌륭한 병원들을 가고, 경증 환자들은 집 근처에 있는 동네의원에 가면 충분히 진료가 가능한데도 모든 환자들이 소위 말하는 수도권으로 몰리다 보니 실제로 그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야만 하는 중증 응급환자들에 순위가 밀리는 것”이라면서 “그래서 응급실 뺑뺑이, 정체 현상이 생겨 정책적으로 의료전달체계를 정확히 갖춰야 된다라고 저희들이 수십 년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누적된 결과가 오늘날 벌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수십 년 동안 주장했던 정책을 펴지 않고 있다가 이제와서 그게 마치 무슨 대단한 정책인 것처럼 말씀하는 것들에 대해서 전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주 위원장은 또 비대면 진료, PA 간호사 투입 확대 등에 대한 대책에 대해서도 “법률적으로 저촉이 되냐 안되냐를 떠나서 실효성 있냐를 먼저 따져봐야 된다”고 했다.
“중증·응급환자를 제외한 환자들이 중증도 병원들의 외래로 몰리고 그 환자들이 일반 의원으로 가서 외래가 밀리게 되면 적체가 되니까 그걸 비대면으로 풀겠다고 그러는 것 아니냐. 그런데 실제로 대면 진료보다 비대면 진료가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초진환자는 병원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올 때부터 진찰을 시작한다고 ‘시진’이라고 하는데, 들어올 때 걸음걸이 등을 시시콜콜히 물어보면 당연히 시간도 많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비대면 진료에서 의사들이 의사로서 환자한테 할 수 있는 대답은 딱 하나밖에 없다. ‘외래로 오십시오’ 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 위원장은 또 2월 말로 계약이 끝나는 전임의 이탈에 대한 우려도 표했다. 이들이 나갈 경우 체력에 한계를 느낀 교수들의 사직도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 위원장은 “전임의 중에서 어쩔 수 없이 남아 있던 전임의들도 있다. 일이 너무 고되지만 선배들이 같이 도와서 일 좀 더 하자고 해서 남았던 분들도 있는데, 그런 분들 같은 경우 언제든지 나가고 싶었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더 이상 못하겠다고 자발적으로 포기한 경우들이 상당히 많다”며 “교수님들은 전임의들이 포기하고 나가면 우리도 사직하고 나가야 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들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전임의랑 교수님들이 같이 버티고 지키고 있는 건데 전임의들이 빠져나가면 교수들이 체력적으로 버틸 수가 없다”며 “자발적으로 나간다기보다는 체력의 한계에 도달해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한다는 상황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게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실제로 의사들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길 것이고 이미 해외 의사 사이트들이 폭주하고 있다”며 “그런 상황은 안 벌어져야되겠다”고 덧붙였다.
‘전공의는 업무 복귀 안 한다는 입장은 요지부동인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주 위원장은 “전공의들이 우리 선배 의사들한테 요구하는 사항은 딱 하나다. 선배 의사들이 간섭하는 것 자체가 자율적 행동을 훼손시키니 우리 전공의 내지는 후배들의 활동과 결의사항에 대해 존중하고 지켜봐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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