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업무를 중단하기 시작한 지 일주일째인 26일 전북지역 소재 2차 병원들은 다소 분주한 모습이었다. 상급종합병원 전공의 사직서 제출로 인한 여파가 지역 종합병원 등 2차 병원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이날 오전 11시께 전주시 덕진구 대자인병원 접수처에는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로 발 디딜 곳이 없었다. 번호표를 뽑아 든 사람들은 앉을 곳을 찾지 못할 정도였다. 접수처 곳곳에서는 진료 순서를 기다리다 지친 환자들의 볼멘소리도 이어졌다.
김건휘 씨(25)는 “최근 오른다리 골절로 다쳐 병원을 찾았다. 사람이 워낙 많다 보니 1시간가량 기다리고 있다”며 “혹시나 곧바로 진료가 가능한 병원이 있는지 알아봤지만, 다른 곳도 비슷한 상황인 거 같아서 어쩔 수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환자 윤 모 씨(41·여)는 “간 수치가 높아 대학병원에 다니며 치료를 받고 있었다. 중증 환자가 아니면 (상급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없다는 소식에 종합병원을 찾았다”며 “무작정 진료 순서만 기다리고 있다. 이런 상황이 길어진다는 것은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부담이 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환자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에 현장의 의료진들도 정신없는 모습이었다.
한 의료진은 “지난주보다 많은 환자들이 몰리고 있다. 지금은 버티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피로감을 호소하는 동료들이 많이 보인다”며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체력적 한계로 인해 2차 병원 의사들도 병원을 떠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토로했다.
전공의 이탈이 발생하기 전 하루 평균 대자인병원 내원객은 2000여명이었다. 하지만 이날 오전 11시까지 해당 병원을 찾은 내원객은 1419명에 달했다. 오전에만 하루 평균 내원객의 70% 이상을 넘어서고 있는 셈이다.
대자인병원 관계자는 “상급병원에서 진료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진료 가능 여부를 묻는 분들이 많은 상황”이라며 “현재까지는 큰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공백 사태가 길어지고 있지만 다행히 응급환자 거부 사례로 인한 피해 발생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북특별자치도소방본부는 이날 오후 2시 기준 현재까지 도내에서는 이른바 ‘뺑뺑이’나 수용 거부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전북소방 관계자는 “현재 환자 이송과 관련해 모니터링을 통해 ‘생명이 위급한 상황’ 등 중증 환자 이송이 지연되지 않도록 병원 간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담 인력과 장비를 확대해 의료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며 “도민 여러분도 응급하지 않은 119 신고는 자제해 달라”며 협조를 당부했다.
한편 전북대병원은 현재 전공의 189명 중 164명, 원광대병원은 126명 중 80여명, 예수병원은 77명 중 26명이 각각 사직서를 제출하고 업무를 중단한 상태다. 의대생들은 전북대 646명, 원광대 453명 등이 휴학계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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