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 난치병을 앓으면서도 배 속의 아이를 위해 수술을 미루던 어머니가 5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23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이하진 씨(42)가 뇌사 장기 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렸다고 26일 밝혔다.
이 씨는 2020년 모야모야병 진단을 받고 증상이 악화돼 병원에서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하지만 그는 당시 둘째 자녀를 임신하고 있어 출산 후 수술을 받기로 했다.
둘째가 첫돌을 지난 뒤 이 씨는 2023년 12월 수술을 받고 퇴원했다. 하지만 그 후 독감을 심하게 앓고 지난달 17일 새벽 갑작스러운 뇌출혈 증상이 나타났다. 그는 응급 수술을 진행했음에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남편은 이 씨가 생전 장기 기증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했고, 어린 자녀들이 엄마를 자랑스럽게 기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장기 기증에 동의했다. 이 씨는 장기 기증을 통해 신장(좌, 우), 간장, 폐장, 심장을 기증해 5명의 생명을 살렸다.
서울 종로구에서 2녀 중 막내로 태어난 이 씨는 활발하고 늘 적극적인 성격이었고, 운전과 영화를 좋아했다. 그는 자폐증이 있는 언니와 함께 자라며 늘 양보하고 보살펴주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남편 김동인 씨는 이 씨에게 “하늘에서는 아프지 말고, 편히 잘 살았으면 좋겠어. 애들은 내가 잘 키울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편안하게 지켜봐 줘. 잘 지내. 사랑해”라고 전했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하늘에서 천사가 되셨을 기증자와 숭고한 결정을 통해 생명 나눔을 실천해 주신 기증자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기증자를 통해 새 삶을 받은 다섯 명의 이식 수혜자도 따뜻한 세상을 함께 만들어주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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