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 예비인턴 90% 이상 임용 포기…최악의 ‘의료대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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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2월 26일 15시 40분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 이탈을 시작한지 일주일째인 26일 대전 한 상급병원 응급의료센터에 앞에 119구급대원이 안내문을 바라보고 있다. 2024.2.26/뉴스1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 이탈을 시작한지 일주일째인 26일 대전 한 상급병원 응급의료센터에 앞에 119구급대원이 안내문을 바라보고 있다. 2024.2.26/뉴스1
이른바 빅5 등 전국 각지의 병원에서 의대 졸업 후 전공의가 되려던 예비 인턴들의 임용 포기가 이어지고 있다. 전공의들의 집단사직 다음으로 인턴, 전임의의 이탈이 현실화하고 남아있는 의료진의 피로도는 극심해지며 “이대로는 안 된다”는 우려가 터져 나온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주요 병원에서 당초 수련하기로 했던 의대 졸업생들이 서명을 거부하고 전공의 되기를 포기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병원들은 구체적인 규모를 공식적으로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상당수의 인턴이 임용 포기 의사를 밝혀왔다고 털어놨다.

인턴 과정은 의대 졸업생들이 의사면허를 취득한 후 병원에서 수련을 밟는 첫 단계다.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진료과와 선택 진료과를 1~2개월 단위로 순환 근무하며 경험을 쌓는다. 1년간의 인턴을 마친 뒤에는 전공과목을 택해 레지던트 과정을 거쳐 전문의를 취득한다.

세브란스병원은 당초 인턴 151명을 모두 충원했으나 90% 이상이 임용을 포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아산병원도 인턴 132명 대부분이 수련 의사를 밝히지 않은 채 이탈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은 가톨릭중앙의료원(CMC) 차원에서 인턴을 채용해 산하 8개 성모병원에 배치하고 있다. 그러나 인턴들의 거취가 아직 정해지지 않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서울병원에서도 올 상반기 인턴 일부가 수련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대병원도 올해 채용인원 166명 중 일부가 임용을 포기했다고 보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지난 22일 인턴 오리엔테이션(OT)을 진행했다. 그러나 얼마나 임용을 포기했는지 확인해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전국 각지의 병원에서 벌어지고 있다. 대부분 인턴은 오는 3월 1일자로 임용되는데 주말과 공휴일 때문에 3월 4일부터 출근이다. 병원들은 전공의들의 집단사직과 의대생의 동맹휴학 여파가 인턴 임용포기로도 번질 것으로 보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3일 오후 7시 기준 100개 수련병원을 서면 점검한 결과 소속 전공의의 80.5%인 1만34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또 소속 전공의의 72.3%인 9006명이 근무지를 이탈한 게 확인됐다.

국내 전공의 수가 1만3000명에 달하는 만큼 이달 중 레지던트 과정을 끝마치는 경우 등 계속 근무를 하게 된 사정이 있지 않은 한 대다수가 사직서를 낸 셈이다. 이와 함께 일을 하려던 인턴들의 이탈로 현장 혼란은 더욱 심화할 수 있다.

더욱이 임상강사, 전임의마저 이탈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국 82개 수련병원의 임상강사·전임의들은 지난 20일 ‘정부 의료정책 발표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우리도 이대로라면 의업을 이어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전공의 수련을 마치고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한 이후로도 수련 병원에 남아 더 나은 임상의와 연구자로서의 소양을 쌓고자 했지만 의료 정책에 대한 진심어린 제언이 모두 묵살되고 국민들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매도되는 현재 상황에서는 의업을 이어갈 수 없다”고 비판했다.

우선 각 병원은 신규 환자의 외래 진료와 입원, 수술 등을 줄이고 중증·응급 환자 진료만 시행 중이다. 수술을 많게는 40~50%가량 연기·취소하거나, 정부 방침에 따라 비응급 경증 환자의 응급실 방문은 동네 의원, 2차 병원급으로 유도하고 있다.

의료현장에서는 예비 인턴의 임용 포기와 전임의들의 이탈이 현실화 될 경우 그나마 절반을 유지하던 수술이 10%대로 떨어지고, 남아 있는 의료진의 피로도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의료대란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박민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2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의료개혁과 의사 집단행동에 대한 정부의 대응방안 등을 설명하고 있다. 2024.2.26/뉴스1
박민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2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의료개혁과 의사 집단행동에 대한 정부의 대응방안 등을 설명하고 있다. 2024.2.26/뉴스1
복지부는 근무지 이탈 전공의에게 오는 29일까지 근무지로 복귀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때까지 근무지에 복귀하는 전공의는 현행법 위반에 대해 최대한 정상 참작할 예정이다. 또 전공의의 요구사항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소통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강조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 중 전공의 외 인턴, 전임의 등의 이탈 움직임에 “이 사안이 조속하게 종결돼 수련 과정, 정상적 계약 과정 등이 이뤄지기를 희망하고 정부는 모든 대화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박 차관은 ‘29일’이라는 시점을 못박은 데에 대해 “전임의 등의 이달 말이나 3월 초 계약이 종료되는 걸 고려했다기보다 전공의들이 충분히 숙고하고 돌아올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드리려 한다”고 부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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