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사직 일주일째…공공·중형병원 응급실 ‘과부하’

  • 뉴시스
  • 입력 2024년 2월 26일 16시 01분


공공병원 '비싱근무체제'…응급실 24시간 운영
"사고 당한 아내 2시간30분 걸려 겨우 응급실"
중형병원도 병상 포화…"파업 이후 환자 늘어"
"빅5 병원서 사람 많으니 중형병원 가라더라"

의과대학(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 사직이 일주일째에 다다르자 일선 병원의 의료 과부하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공공병원과 중형병원이 진료공백을 메우기 위한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하고, 전공의 사직으로 대형 병원이 환자를 받을 여력이 줄어 환자 쏠림이 심해지는 모양새다.

26일 오전 뉴시스가 찾은 삼육서울병원 등 중형 병원과 공공병원인 서울의료원에서는 대형병원에서 이곳으로 전원(병원을 옮김)했다는 환자와 보호자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서울의료원 응급의료센터 ‘비상진료 중입니다. 대기시간 길어지니 많은 양해 부탁드립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50대 남성 이모씨는 아내가 불암산 등산 중 추락해 당해 허리를 다쳤지만, 수소문 끝에 겨우 응급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씨는 “근처 대학 병원이 있는데 그곳은 응급실에 의사가 1명밖에 없다고 해서 구급대원들이 전화를 돌려서 여기로 왔다”며 “사고 이후 병원까지 오는 데만 2시간 반이 걸렸다”고 토로했다.

전공의 집단 사직 이후 서울 시내 공공의료기관과 보건소 등은 연장 진료를 실시하고 있고, 서울의료원을 포함해 응급실이 있는 병원 4곳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24시간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의료원 관계자는 “주변 대학 병원들이 환자를 다 받지 못하다 보니까 우리 쪽으로 이송된 케이스가 있다”며 “공공병원이다 보니 코로나 때도 그랬고 우리는 거의 다 수용을 하고 있다. 응급환자 쪽은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흰 가운을 걸친 한 진료과 교수는 환자들이 이전보다 늘었냐는 질문에 “예전보다 확실히 더 많아졌다”고 말한 뒤 바삐 걸음을 옮겼다.

이 병원에서 일하는 자원봉사자도 “원래 월요일 오전에는 환자가 많고 바쁘기는 한데, 유독 오늘은 평소보다 10% 정도의 환자가 더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삼육서울병원 등 2차 병원도 밀려드는 환자로 비상 상황이다.

고관절이 아파 지난 18일 삼육서울병원에 입원한 60대 남성 박모씨는 전공의 파업 이후 환자가 꾸준히 늘어 현재는 병상이 꽉 찼다고 전했다.

박씨는 “환자가 많아져서 병동에 바로바로 차고 있는 상황”이라며 “병동에 침대 6개가 있는데 3개만 차 있었다가 의사 파업 이후에 환자가 많아져서 병동이 꽉 찼다”고 말했다.

임모(51)씨는 무릎이 아파 집에서 가까운 ‘빅5 병원’ 중 한 곳을 찾았지만, 중형병원으로 가라는 병원 측의 말에 삼육서울병원까지 왔다.

임씨는 “집 근처 병원은 버스 타고 10분이면 가는데 여기는 버스 타고 안쪽으로 들어오기까지 30분 정도 더 걸려서 왔다”며 “(빅5)이 병원에서 지금 사람이 많아서 중형병원으로 가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날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7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 점검 결과 소속 전공의 80.5%인 1만34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또 72.3%인 9006명은 근무지를 이탈했다.

발표일을 기준으로 사직서 제출자 1만 명, 근무지 이탈자가 9000명을 넘은 건 이날이 처음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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