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인력 메우겠다고 인턴들이 하는 드레싱 등 업무들까지 저희가 대신하고 있어요. 지금도 정말 바쁜데 또 업무가 얼마나 늘지 걱정이 되죠.”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지 8일째. 27일 오전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간호사 강 모 씨는 “원래도 간호사들은 연장근무가 기본이었는데 앞으로 일이 또 늘어나겠구나 하는 반응”이라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정부가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의료공백을 완화하기 위해 이날부터 진료지원인력(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를 투입하기로 하면서 간호사는 물론 환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이날부터 간호사에게 의사 업무 중 일부를 맡기고 그 범위는 병원장이 정하도록 했다. PA 간호사의 업무 범위가 불분명해 법적 보호를 못 받는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하지만 의사 업무를 맡게 된 간호사들은 “업무가 어디까지 가중되는지 모르겠다”며 명확한 업무 경계를 정하고 안전망을 세워달라고 입을 모았다.
세브란스병원 간호사 김 모 씨는 “의사 일은 의사가, 간호사 일은 간호사가 하는 게 맞지만 업무 경계가 점점 더 모호해지고 있다”며 “국가에서 법적으로 보호해 준다고 하지만 2020년에 의사들이 파업했을 때도 그 업무를 대신한 간호사들을 상대로 소송한 경우가 있었는데 정부가 보호할지 의문”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계속되는 업무 부담에 불만을 표출하는 의료진도 있었다. 빅5 대형병원 소속 간호사 전 모 씨는 “간호사들이 파업할 때는 의료현장에 돌아오라고 했던 의사들이 정작 본인들은 환자 곁을 떠났다”고 비판했다.
이어 전 씨는 “간호사들이 파업하겠다고 그만두면 그대로 끝이지만, 의사들이 사직서 내면 병원 입장에서 아쉬우니까 돌아오면 다시 받아줄 것”이라며 “입장을 피력하겠다고 강경하게 집단 이탈하는 것조차 부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환자들 역시 간호사들이 의사 업무를 대신하는 것에 대해 업무 가중이 우려된다고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70대 환자 김 모 씨는 “의사 공백을 메우면 또 간호사 공백이 생길 거고, 결국 환자들이 위험에 놓이는 건 똑같지 않냐”며 “간호사들이 의사 업무 대신하는 건 임시방편적인 대책”이라고 말했다.
산부인과에 방문한 30대 여성 A 씨도 “PA 간호사도 당연히 숙련된 실력 좋은 분들이겠지만, 의사 진료를 대신해서 하다가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누가 책임지나 하는 걱정도 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서울대병원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 서울대병원 분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간호사에게 의사 업무 일부를 맡기도록 한 정부 방침을 비판하기도 했다.
보라매 병원 소속 현재호 간호사는 “지난 20일부터 간호사들은 더 많은 의사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환자에게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는 위험한 업무에 간호사들이 내던져진 것”이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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