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간 의료 일선에서 환자들을 돌봐온 정명호 전남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가 정년 퇴임 후 광주보훈병원에서 진료를 시작한다.
심근경색증과 관상동맥 분야 최고 권위자인 정 교수는 퇴임을 이틀 앞둔 27일 “퇴임하면 연봉의 10배를 준다며 오라는 병원이 많았지만 지금보다 월급이 적은 보훈병원을 선택했다”며 “꾸준한 연구와 진료를 통해 한국인 심근경색증 등록연구, 스텐트 개발 등을 평생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 교수는 막힌 혈관에 스텐트를 넣어 확장하고, 약물 치료를 통해 다시 혈관이 좁아지지 않게 하는 심근경색증 시술(관상동맥중재술)로 정평이 나 있다.
1987년 임용된 그는 매일 같이 오전 5시 30분에 출근해 회진과 외래진료, 시술 등의 업무를 봤다. 토요일에는 스텐트 시술 개발을 위해 동물 실험을 하고, 일요일에도 연구에 매진했다.
정 교수가 진료하는 하루 평균 외래환자는 250여 명이다. 현재까지 진료한 외래환자는 1만2000여 명에 달한다. 시술도 매년 3000~4000여 건 진행했다. 전국적으로 정 교수만큼 진료·시술을 많이 하는 의사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병원 측은 전했다.
정 교수는 시술에 필요한 스텐트 개발을 위해 국내 최초로 인간의 심장과 가장 비슷한 돼지의 심장을 이용한 실험을 했다. 1996년 미국 메이요 클리닉 연수에서 복귀한 후 돼지 3718마리를 실험해 ‘돼지 아빠’라는 별명도 얻었다.
정 교수는 “한국인이 갈수록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비만, 당뇨병, 고혈압 환자들이 늘고 있어 심근경색증이 증가할 것이란 확신이 있었다”며 “결국 환자 수도 폭증했고 스텐트 시술 건수도 엄청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텐트를 국산화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개발 이후에는 혈전이 안 생기고 심근경색이 재발하지 않는 스텐트를 개발하는 데 성공해 미국 특허까지 등록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가 받은 스텐트 관련 특허는 총 84개다. 이 중 실용화한 제품은 ‘타이거 스텐트’와 ‘타이거 레볼루션 스텐트’ 두 가지다.
‘타이거 스텐트’는 지금까지 126례를 시술했다. ‘타이거 레볼루션 스텐트’는 혈전이 안 생기는 등 부작용을 줄인 신개념 스텐트로 20명에 대한 임상 사용 실험이 끝난 상태다. 추후 절차를 밟아 식품의약품안전처 사용 승인을 받으면 환자 치료에 도입할 수 있다.
정 교수는 심근경색 분야에서 1920편의 논문과 96권의 저서를 발표해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 업적을 남겼다. 특히 급성심근경색증 분야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논문(425편)을 발표했다. 2006년에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이 됐다. 지역 의과대학 교수가 과학기술한림원 회원이 된 건 최초다.
정 교수는 29일 37년간 재직하던 전남대병원을 퇴임한 뒤 광주보훈병원 순환기내과에서 진료한다.
그는 “인생 목표가 국립심혈관센터 설립과 노벨과학상을 배출하는 것이었는데 그래도 하나는 이뤄냈다”며 “앞으로 남은 인생도 꾸준한 연구와 진료 활동, 특허 개발에 힘쓸 것이다. 우리나라 첫 노벨과학상 수상자 배출을 위해 끊임없이 정진하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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