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32주 이전 태아의 성 감별을 금지하는 법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28일 오후 2시 현행 의료법 제20조 2항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선고기일을 열고 6대3의 의견으로 위헌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헌재는 “태아의 성별 고지를 제한하는 것은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적합하지 않고, 부모가 태아의 성별 정보에 대한 접근을 방해받지 않을 권리를 필요 이상으로 제약하여 침해의 최소성에 반한다”고 했다. 다만, 이종석·이은애·김형두 재판관은 “단순위헌 결정을 하여 위 조항을 일거에 폐지하는 방안은 반대하고, 헌법불합치로 결정해 입법자가 태아의 성별고지를 제한하는 시기를 앞당기는 개선입법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태아 성 감별 금지 조항은 남아 선호에 따른 성 선별 출산과 성비 불균형 심화를 막기 위해 1987년 제정됐다. 당시 의료법에 ‘의료인은 태아 또는 임부에 대한 진찰이나 검사를 통하여 알게된 태아의 성별을 임부 본인, 그 가족 기타 다른 사람이 알 수 있도록 하여서는 안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하지만 2005년 한 산부인과 의사가 태아의 성별을 확인해 의료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의사면허자격정지 6개월 처분을 받았고, 헌재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2008년 7월 헌재는 “인공 임신 중지가 의학적으로 어려운 임신 후반기까지 이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의료인의 직업수행의 자유와 부모의 태아 성별 정보에 대한 접근을 방해 받지 아니할 권리를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후 2009년 의료법이 개정돼 임신 후반기인 32주 후부터 태아 성별 고지가 허용됐다.
그러던 2022년과 지난해, 임산부 등 청구인 3명이 다시 태아 성 감별 금지 조항이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이제 시대가 바뀌어 남자아이 선호가 없다. 부모의 알 권리 차원에서 모든 임신 기간에 태아 성별 고지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도 지난해 헌재에 “2010년대 중반부터는 출산 순위와 관계없이 자녀 성별에 대한 인위적 개입이 거의 없어져 성 감별 금지 조항은 실효성을 상실했다”는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반면 합헌을 주장하는 측은 ‘낙태가 여전하기 때문에 태아 보호를 위해 해당 조항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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