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각계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대부분은 복귀시한인 29일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다만 정부는 소수지만 복귀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에 희망을 걸고 행정처분과 사법절차가 시작되는 4일 전까지 추가 복귀를 기대하고 있다. 대형병원 병원장들도 전공의들에게 ‘환자 옆으로 돌아와 달라’는 간곡한 메시지를 보내며 마음을 돌리기 위한 막판 시도를 이어갔다.
● “복귀 움직임 조금씩 나타나”
보건복지부는 이날 “전공의가 복귀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근무지 이탈 비율이 이틀째 소폭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날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충북대병원의 경우 이날 오후까지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전공의 124명 중 7명이 업무에 복귀했다. 제주에서도 전공의 107명 중 5명이 복귀했다. 경남 양산부산대병원은 사직서를 제출한 155명 중 레지던트 4년차 25명이 29일부로 복귀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울산대병원에서도 일부 전공의가 복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전체 전공의 중 20% 가량인 전공의 2745명이 근무하는 빅5 병원(서울대, 세브란스, 서울아산, 삼성서울, 서울성모병원)에선 복귀자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가 지난 달 28일 오전 11시 기준으로 집계한 복귀자는 294명으로 복귀율 2.4%에 불과하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29일 저녁 채널A 뉴스에 출연해 “이날 오후까지 (복귀 전공의가) 조금씩 늘었지만 아직 본격적 복귀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 대형병원장 “이제는 돌아와야할 때”
빅5 병원(서울대, 세브란스, 서울아산, 삼성서울, 서울성모병원) 병원장들은 잇달아 전공의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복귀를 호소했다.
하종원 세브란스병원장과 송영구 강남세브란스병원장, 김은경 용인세브란스병원장은 29일 전공의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여러분의 메시지는 국민에게 충분히 전달됐다”며 “중증·응급을 포함한 많은 환자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 병원으로 돌아오셔야 할 때”라고 설득했다. 박승우 삼성서울병원장도 이날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시간이 갈수록 빈 자리가 크게 느껴진다. 이제 현장으로 돌아오셔서 환자들과 함께 하며 마음을 표현해 주시길 간곡히 청한다”고 했다. 서울대·분당서울대·서울시보라매병원장도 전날 “전공의 여러분들의 꿈과 희망은 환자 곁에 있을 때 빛을 발하고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이메일을 보냈다.
전공의 이탈이 이어질 경우 예상되는 미복귀자에 대한 처벌과 대형병원 의료대란을 막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현재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수술을 줄였는데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고 전임의 이탈 등이 현실화되면 다음 주에는 수술을 더 줄여야 할 수 있다”고 했다.
● ‘전공의와의 대화’ 참석자 한 자릿수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전날 제안해 29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건강보험공단 사무소에서 열린 ‘전공의와의 대화’에는 10명 미만의 전공의만 참석해 3시간 가량 진행됐다. 박 차관은 “참석자는 소수였지만 이해와 공감을 넓혔다”며 “의도치 않게 언론에 (시간과 장소가) 보도되면서 많은 전공의들이 못 오신 것 같다”고 했다.
정부는 이날 현재 1286명인 지방거점국립대 교수를 2027년까지 2286명으로 1000명 늘리겠다며 전공의와 전문의들에게 ‘당근책’도 제시했다. 서울대 의대 교수도 100명 이상 늘릴 방침이다. 박 차관은 “(전공의와 전임의 등) 젊은 의사들에겐 국립대병원 교수가 되는 기회의 문을 넓히고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댓글 0